‘文 반성문’ 발언에 靑출신 “사과하라”…채이배 “반성에 금기 없어야”

  • 뉴시스
  • 입력 2022년 3월 17일 22시 22분


문재인 청와대 참모를 지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17일 채이배 비상대책위원의 ‘문재인 대통령 퇴임사 반성문’ 발언에 강력 반발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채 위원은 반성에 금기는 없어야 한다며 반박했다.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 15명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지금 민주당이 해야 할 평가는 누군가를 내세워 방패막이 삼거나, 지난 시기를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규정하는 단순한 사고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그런 점에서 채이배 위원의 공식적이고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채 위원은 전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을 겨냥,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보느라 마지막 사과 기회를 놓쳤다”며 “퇴임사에 반성문을 남기고 떠났으면 한다”고 직격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들은 “우리 모두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미 사퇴한 당 지도부 뿐 아니라, 민주당 국회의원, 문재인 정부의 구성원, 나아가 패배한 당을 수습하기 위한 나서주신 비대위원들 역시 뼈아픈 대선 패배의 책임을 갖고 있다”며 “이런 때 누구의 책임이 더 큰 가를 따지는 것은 내 책임을 조금이라도 가려 보려는 비겁함”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누구도 문재인 정부가 지난 5년 동안 모든 것을 완벽하게 다 잘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문재인 정부에 한때 몸담았던 저희들 역시 마찬가지”라면서도 “그러나 저희들은 지난 5년이 ‘공’은 하나도 없이 ‘과’로만 채워져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5년의 국정운영이 ‘나쁜 정치’라는 한 단어로 규정되는 것에도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에 필요할 때는 너도나도 대통령을 찾고, 당이 어려워지면 대통령에게 ‘반성문을 쓰라’고 벼랑 끝으로 모는 것이 채이배 위원이 생각하는 ‘좋은 정치’냐”고 반박했다.

이어 “취임 직후부터 마주했던 전쟁의 위기, 점점 고조되었던 대외 경제 위기, 가까운 이웃과 맞서야 했던 일본 수출규제의 위기,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코로나 19와의 전쟁 등 문재인 정부는 수많은 위기를 국민과 함께 극복해 왔다”며 “왜 그 노력은 보지 않느냐”면서 거듭 문 대통령을 엄호했다.

아울러 “당 비대위에도 요구한다. 선거 패인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를 위한 치밀한 프로그램을 비대위가 나서 하루빨리 마련해 달라. 그것이 지금 비대위가 해야 할 급선무”라며 “동료 의원들께도 부탁한다. 개개인의 주관적 평가는 함께 머리를 맞댄 토론장에서 논쟁하자”고 했다.

입장문에는 고민정, 김승원, 김영배, 김의겸, 민형배, 박상혁, 윤건영, 윤영덕, 윤영찬, 이원택, 이장섭, 정태호, 진성준, 최강욱, 한병도 의원 등 15명이 이름을 올렸다.

민형배 의원은 공개적으로 채 위원을 사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광주 현장 비대위가 있던 날 채이배의 망언은 참기 어렵다”며 “이런 말들을 제어할 수 없다면 윤호중 위원장은 자격 미달이다. 채 위원을 즉각 내보내시라”고 촉구했다.

이에 맞서 채 위원은 섭섭함을 표현하며 민주당이 기득화됐다고 일갈했다. 그는 이날 오후 연합뉴스TV와 인터뷰에서 청와대 출신 의원들의 집단 성명과 관련, “이렇게까지 집단적으로 하시는 건 저도 좀 섭섭하다”며 “반성과 사과에는 특별한 금기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물론 5년 동안 잘한 것과 못한 것이 있지만 되돌아 생각해보면 80%에 이르는 국민적 지지를 얻고 시작했는데 (지지율이) 꾸준히 빠지고 내로남불, 독주 평가를 받으면서 계속 민주당이 기득권화됐다.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짚었다.

이어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율이 55% 전후로 유지되는 것을 보면서 민주당을 지지한 분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대선 기간 그런 부분이 부족했기 때문에 지도부의 일원이 되면서 지금이라도 말씀드려야 지선과 총선을 잘 치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발언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선 패배는 당도 책임있고 정부도 책임있고 대통령이나 후보나 모두가 책임을 조금씩 가질 수 있다”며 “용기있게 얘기해야 더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당내 민주주의라고도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채 위원은 당내에서 비대위 사퇴 요구가 나오는 데 대해선 “비대위원이 역할을 충분히 더 해야 한다”며 “주어진 역할을 더 잘하고 민주당이 쇄신해서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을 위한 정당이라고 평가받게 해야 한다”고 답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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