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은 1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만남에서 “한미 동맹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절실히 느낀다”고 말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에서 윤 당선인과 만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당선인이 되자마자 국제사회 정세가 상당히 요동치고 있어 큰 걱정”이라며 “미중간 알력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국제사회가 어렵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어떻게 보면 신냉전 체제에 들어와 있는 것”이라며 “여기에서 우리가 어떤 것을 배울 수 있는 지가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언뜻 들어오는 것은 자강이다. 자강이 제일 중요하다”며 “한국 입장에서 볼 때 우리 스스로를 튼튼하게 하고, 그다음에 동맹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들이 한미동맹에 관해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당연시할 게 아니다”라며 “우리 동맹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은 다르다. 나토는 (회원국) 29개국 중 어떤 나라가 공격을 받아도 자동개입하게 돼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개입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이 있어서 별로 걱정을 하지 않지만 이런 것을 알고 한미동맹을 정확히 한 바탕 위에서 남북관계, 중국과의 관계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후 윤 당선인과 반 전 사무총장은 약 한 시간가량 비공개로 대화를 나눴다.
반 전 사무총장은 당선인에게 어떤 조언을 했는지 묻는 질문에 “우선 축하의 말씀을 드렸다”며 “전반적인 국제 정세나 남북관계 문제에 어떤 조치를 취할지에 대해 개인적인 소견을 경험에 비춰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또 “우리의 안보를 지키는 것은 자강이 중요하다”며 “그런 면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라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중국과의 관계, 특히 일본과의 관계가 아주 나빠졌는데 한일 관계도 정상화시켜 인접국으로서 같이 협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이 많이 왔다 갔다 하는 면이 있고 북한의 도발이나 정책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게 있다”며 “남북관계는 감성적으로 대하기보다 국제사회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원칙, 기준, 가치의 바탕 위에서 같은 민족으로서 얼마든지 북한을 도와줄 수 있다, 협력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한편 새 정부에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되는지 묻는 질문에는 “그런 것은 일체 없었다. 그런 대화는 없었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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