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체회의를 처음으로 주재하며 24명의 인수위원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학자나 민간 전문가 출신 인수위원들이 인수위에 파견 왔거나 업무보고를 하는 관료들의 ‘보수적 논리’에 휩쓸리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는 얘기다. 윤 당선인은 정권교체가 이뤄진 상황에서 새 정부의 성공적인 출범에 인수위의 50여 일이 결정적이라고 보고 있다. 그런 만큼 첫 회의에서 인수위원들이 견지해야 할 태도에 대한 주문을 거듭했다.
○ 尹 “현장에서 답을 찾아라” 주문
윤 당선인은 이날 인수위 공식 출범을 알리는 현판식을 마친 뒤 첫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에는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권영세 부위원장, 각 분과 소속 인수위원 등이 참석했다.
윤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인수위원들에게 “국정과제는 개별 부처와 분과를 넘어서 국가 전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잘 조율해 나가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또 “위원들께서도 국가 사무에는 경계가 없다는 생각으로 다른 분과와 원활하게 소통해 달라”고 덧붙였다. 조만간 각 정부 부처의 업무보고를 앞둔 상황에서 ‘부처 이기주의’가 반영된 보고 내용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특히 정부조직 개편 등에서 윤 당선인의 개혁 과제를 놓고 부처 간 힘겨루기가 예상되는 만큼 중심을 잡아 달라고 당부한 것이다.
윤 당선인은 또 ‘현장’을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제가 인수위에 첫 출근을 하고 남대문 시장과 울진, 삼척, 동해 산불 피해 현장을 다녀왔다”면서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선 늘 현장에서 답을 찾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책상에서가 아닌, 현장에 중심을 두고 현장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 달라”라고 덧붙였다.
정권교체 때마다 제기된 인수위가 ‘점령군’ 행세를 한다는 비판을 염두에 둔 듯 공직자들과의 융합도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정부 각 부처 공직자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을 때도 우리가 많은 공직자들과 함께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며 “이분들이 편안하게 새 정부의 국정방향 설정에 동참하게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전면 재검토’를 예고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부동산 정책 등과 관련해 곳곳에서 충돌과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은 페이스북에 “정부 인수 과정을 보며 우리 민주주의에 안도감과 자부심을 느끼게 해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 尹 “겸손하게 국민 뜻 받들겠다”
윤 당선인은 이날 인수위원들에게 “국정과제의 모든 기준은 국익과 국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인수위의 매 순간순간은 국민의 시간”이라며 “국민들이 먹고사는 민생문제를 챙기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 달라. 오직 국익과 국민의 입장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윤 당선인은 주요 국정과제로 △4차 산업혁명 선도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밑그림 △중장기 과제로 한국 경제의 저성장, 양극화 극복 등을 집중적으로 다뤄 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회의장에는 윤 당선인 뒤편으로 손글씨체로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받들겠습니다’라고 적은 배경막이 내걸렸다. 윤 당선인의 자필을 활용한 ‘석열체’라고 한다. 당선인 측은 배경막에 대해 “‘겸손’ 위의 파란색 원은 바다를, ‘국민’ 위의 붉은색 원은 태양을 뜻한다”며 “‘겸손의 바다’에서 ‘태양처럼 빛나는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매주 월요일 인수위 전체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앞으로 수시로 당선인이 인수위 회의를 주재하면서 함께 국정과제를 점검하고, 인수위 운영 상황을 돌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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