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 가입 정지작업 하는 尹…가입 찬반 논쟁 여전

  • 뉴시스
  • 입력 2022년 3월 20일 09시 04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일본·호주·인도 간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에 가입하기 위한 정지 작업을 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 17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통화하며 당선 8일 만에 쿼드 정상들과 모두 통화했다. 모디 총리에 앞서 윤 당선인은 미국, 일본, 호주 정상과 인사를 나눴다.

쿼드 가입은 윤 당선인의 대선 공약이다. 윤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쿼드 산하 백신, 기후변화, 신기술 워킹그룹에 참여해 추후 정식 가입을 모색하는 점진적 접근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이 가입하려는 쿼드는 어떤 기구일까. 쿼드는 중국에 대항하는 4개국 모임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쿼드가 처음부터 반중(反中)을 기치로 걸고 출범한 것은 아니다.

2004년 12월 동남아 쓰나미 피해 복구를 위해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이 ‘쓰나미 코어 그룹’을 결성한 것이 쿼드의 시작이었다.

2007년 8월 쿼드 4개국의 연대를 강조한 아베 일본 총리의 인도 의회 연설과 다음달 9월 쿼드 4개국과 싱가포르가 참여한 해양 합동 훈련을 거치면서 중국 견제 성격이 부각됐다.

일본은 2008년 미국-호주-인도-호주 간 다이아몬드 민주 평화공동체(Diamon Democratic Peace)를 제안했다. 미국은 이를 대(對)중국 견제적 미니-다자주의(minilateralism)로 발전시키려 했다.

그러다 암초가 나타났다. 쿼드 회원국인 인도와 호주가 핵연료 수출을 두고 갈등을 일으켰다. 2008년 친(親)중국적 성향을 보이던 호주 노동당이 쿼드 결성에 반대했다. 쿼드를 지지했던 아베 총리가 2007년 9월12일 사임했다. 호주 하워드 총리도 같은 해 12월에 실각했다. 결국 쿼드는 동력을 잃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10여년간 조용하던 쿼드가 다시 급부상한 것은 2017년부터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건 인도-태평양 전략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쿼드가 다시 힘을 얻기 시작했다.

미국의 틸러슨 국무장관과 일본의 고노 외상이 쿼드 부활을 제안했다. 2017년 연말에 동아시아정상회의 참석차 마닐라에 모인 미국, 일본, 호주, 인도 외교장관 간 논의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에 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쿼드 2.0이 시작됐다. 이후 수차례 실무회담을 거쳐 2019년 말 뉴욕에서, 그리고 2020년 10월6일 일본 도쿄에서 쿼드 외무장관 회의가 열렸다. 지난해 3월12일에는 첫 쿼드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쿼드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2020년 8월 당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은 쿼드에 “다른 나라들을 포함시킬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서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를 거론했다. 기존 4개국에 한국과 베트남, 뉴질랜드를 더해 쿼드 플러스라는 개념이 생겼다.

미국 정부는 한국을 쿼드에 가입시키려는 의향을 숨기지 않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첫 해인 2017년부터 한국에 미국 주도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하라고 요구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중국을 의식해 인도-태평양 전략 참가를 사실상 거부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대동남아, 대인도 전략인 신남방정책을 내세우며 전략·안보 차원에서 민감한 사안들을 가급적 배제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쿼드 가입을 공약한 윤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했다. 윤 당선인이 임기 시작 전부터 쿼드 정상들과 협력을 강화하자 한국의 쿼드 가입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쿼드 가입이 전략적으로 유리한지를 놓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참여론자들은 쿼드 불참 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구상하는 질서에 한국이 배제되는 결과를 염려한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감소하고 미국이 한국을 내팽개칠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반면 신중론자들은 노골적인 반중 전선 합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중국이 한국에게 갖는 의미는 일본이나 호주와 다른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대중국 무역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국은 17%에 달한다. 미국의 경우 3%, 일본이 6%, 호주가 10%인 것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있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중 전략경쟁과 쿼드(Quad): 함의와 한국의 선택’ 논문에서 “일각에서는 일단 쿼드에 참여한 후에 강약을 조절하면 된다고 하지만 아시아판 나토로 거론되는 쿼드는 그 성격이 워낙 분명해 우리에게 얼마만큼 자율적 공간이 허락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위원은 “자칫 중국과 만성적인 긴장만 초래하고 미국의 요구도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는 불편한 상황만 만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지금은 신냉전 시대도 아니고 번영과 생존의 기로에 몰린 상황도 아니다. 따라서 획일적인 양자택일보다는 사안별로 우리 국익에 맞는 선택을 함으로써 우리 스스로 운신할 수 있는 전략적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제노 책임연구위원과 이상근 연구위원은 ‘쿼드 관련 동향과 한국의 대응방향’ 보고서에서 “쿼드가 표명하는 가치를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공동 대응하되 특정 국가를 군사적,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원칙을 표명해야 한다”며 “특정 국가의 위협에 대응하기보다는 보편적 가치에 대한 침해에 공동 대응하는 방식의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 위원과 이 위원은 “베트남,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쿼드 플러스 참여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를 파악하고 이들과의 협의 및 협력을 통해 쿼드 문제에 대한 공동의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쿼드의 외연확대 필요성에 일부 공감하는 유럽 국가들인 프랑스, 영국이 쿼드 플러스 참여 또는 쿼드와의 협력을 통해 기대하는 이익과 우려하는 바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아태전략 전망: 미·일·인도·호주 4자 협의체(Quad)를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현재의 한반도 안보 구도에서 한국이 중국에 대한 군사 안보적 견제에 직접적으로 동참하는 것은 매우 큰 안보적 리스크가 수반되므로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미국이 구축하고자 하는 지역 안보체제에 한국이 동참하게 되면 한미동맹의 성격이 한반도 이슈 중심에서 지역 안보 이슈로 변화되는 것을 의미하는 바 이는 매우 큰 안보적 함의를 가진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쿼드 가입을 외면하고 계속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적 태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높아지는 Quad 참여 압력 속 바람직한 한국의 전략은?’ 보고서에서 “기계적 중립을 넘어서야 한다. 대 중국 전선에는 참여하지 않되, 지역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영역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는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이제는 더 이상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데 있어 전략적 모호성으로만 일관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윤석열 당선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가담한 인사들 역시 쿼드 가입 필요성을 강조하는 듯 한 견해를 밝혀왔다.

인수위 외교안보 분과 간사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 중국 전략: 봉쇄에서 변환으로’ 논문에서 “한국이 2021년 6월 G7 정상회담에 인도, 호주, 남아공과 함께 초청을 받은 것은 거대한 체스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달라는 기대의 결과”라며 “NATO의 글로벌 파트너 국가인 일본, 호주, 한국이 NATO의 대중국 압박 전선을 모른척하기 힘들게 됐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한국은 북한의 위협에 직면해 있으니 일차적 과제가 북한이겠으나, 점차 한반도를 넘어 남중국해 지역까지 전략적 지평을 확대하고 자유주의 세력과의 공조를 통해 수정주의 세력의 행태를 변환시키는데 일조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2021년) 5월21일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 직후 채택된 공동성명에는 대만을 언급하고 동맹의 외연을 군사 이외의 분야로 확대함으로써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에 부합하는 모습이 연출됐다”며 “이러한 결과물을 그대로 수사로 끝내지 않고 미국의 귀환에 따른 구체적 후속조치로 연결시키는 것이 한국의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인수위원으로 위촉된 김태효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COVID-19 시대 미-중 신냉전 질서와 한국’ 논문에서 “한국은 미국이 새롭게 구축한 인도-태평양 공조 체제에서 낙오한 상태”라며 “일본, 호주, 싱가포르, 인도 등 아태지역 자유 민주 국가들은 항행의 자유와 국제법의 준수를 옹호하면서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 등 기존 해양질서와 합의의 일방적인 변경 시도에 반대해 왔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인도-태평양 공조체제는 안보를 넘어 경제 이익을 공유하는 정치경제 네트워크로 진화 중”이라며 “미-중 경제 갈등의 파급효과로 한국 경제의 수출입 생태계가 지각 변동을 겪는 이때에 시장경제 국가들과의 공조와 협력이 긴요하다. 미-중 신 냉전 질서는 나라의 장래에 총체적인 과제를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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