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용산 집무실 시대’를 열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대한민국 최고 권력’을 상징하는 공간인 청와대는 70여 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대신, 새 대통령의 취임과 동시에 국민에 완전 개방된 ‘시민공원’으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2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금융연수원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에 대해 50분 가까이 설명했다. 직접 지휘봉으로 조감도를 가리키며 설명에 나선 윤 당선인은 “어려운 일이지만 국가의 미래를 위해 내린 결단”이라고 했다. 또 5월 10일 취임식을 마치고 바로 입주해 근무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국방부 청사로 이전지를 결정한 배경에 대해 “용산 국방부와 합참 구역은 국가 안보 지휘 시설 등이 구비돼 있어 청와대를 시민들께 완벽하게 돌려드릴 수 있고, 경호 조치에 수반되는 시민들의 불편도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또 “공간이 업무와 일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들고 일하는 게 ‘대통령의 권위’보다 더 중요하다”며 “국민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했다. 새로 조성할 집무실의 이름은 국민 공모를 통해 정하겠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이전 비용으로 약 496억 원을 추산했다.
대선 공약인 ‘광화문 시대’를 번복한 것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경호 조치에 수반되는 광화문 인근 시민들의 불편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라며 “당선인 신분으로 보고를 받아보니 광화문 이전은 시민들에게 재앙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대통령 집무실이 계획대로 이전된다면 현 청와대는 50일 뒤부터 일반 국민에 완전히 개방된다. 윤 당선인은 “본관과 영빈관을 비롯해 ‘최고의 정원’이라 불리는 녹지원과 상춘재를 모두 국민들 품으로 돌려드리겠다”라며 “경복궁과 청와대를 거쳐 북악산으로 향하는 등반로 역시 개방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위는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묶인 청와대 인근 지역이 개발되면 강북지역의 부가가치가 높아지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군 내부와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국정혼란’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역대 합참의장을 지낸 11명의 예비역 고위 장성들은 19일 윤 당선인 측에 “청와대 집무실의 국방부 청사 이전은 국방부·합참의 연쇄이동을 초래해 정권이양기의 안보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며 “볼통의 결정인 만큼 백지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전달했다.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도 20일 “졸속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는 이전 과정에서 국정 혼란이나 안보 공백이 대단히 우려스럽다”라고 비판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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