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했다. 청와대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었다”고 밝혔지만 윤 당선인 측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 정권이양을 48일 앞두고 인사권 행사 수위를 조율하던 신구 권력이 재차 격하게 충돌하면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도 당분간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수현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후보자는 국내·국제 경제 및 금융·통화 분야에 대한 이론과 정책, 실무를 겸비하고 있으며 주변으로부터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지명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학위를 받은 이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이명박 정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 등을 역임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은 총재직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 내정자를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31일 임기가 끝나는 이주열 한은 총재 후임에 윤 당선인 측의 의견을 반영했다는 것. 하지만 이런 청와대 발표 후 약 35분 뒤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다음 정부와 함께 일할 분에 대한 임명을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강행했다”고 성토했다.
이번 인선이 진실공방 양상으로 흐르면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만남은 더욱 불투명한 상황이 됐다. 이날도 한은 총재 인선에 더해 감사원 감사위원과 중앙선관위원회 상임위원의 인사권,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놓고 장외 공방을 이어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회동 가능성에 대해 “그쪽(당선인 측)에서 만나자 그러면 만나야지”라고 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 측은 “당선인이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해 대국민약속을 한 다음날 청와대가 거부하고서는 만나자고 하면 존중과 신뢰가 없는 것 아니냐. 그것은 기본적으로 만나자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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