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힘든 5년, 고향 생각하며 견뎠다”… 대구 사저 5000여명 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4일 15시 09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 제네시스 승용차가 24일 낮 12시 15분경 대구시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의 사저 앞 교차로에 등장하자 5000여 명(경찰 추산)의 환영인파는 환호성을 지르며 “박근혜 대통령”,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등을 외쳤다.

박 전 대통령이 차에서 내리자 환호성은 더욱 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병원 앞에서 나설 때와 같은 단정한 머리 모양에 남색 코트 차림이었고, 마스크를 쓴 채 눈웃음을 지었다. 이 지역 초등학생으로부터 꽃다발을 전달받은 박 전 대통령은 마이크 앞에 서서 연설을 시작했다.

●“따뜻하게 맞아 주셔 감사”


24일 오후 대구시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 앞에 박근혜 전 대통령 환영 인파가 모여있다. 2022.3.24/뉴스1
박 전 대통령은 “따뜻하게 맞아 주셔서 감사하다. 사면이 결정된 후 달성 지역 여러분들이 제가 달성에 오면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돌봐드리겠다는 내용의 언론기사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입을 뗐다.

그는 또 “제가 많이 부족했고 또 실망감을 드렸는데 따뜻하게 저를 맞아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24년 전인 1998년 낯선 이곳 달성에 왔을 때 처음부터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보듬어주신 분들이 바로 이곳의 여러분들이다”고 말했다.

이어 “돌아보면 지난 5년의 시간은 저에게 무척 견디기 힘든 그런 시간들이었다. 힘들 때마다 저의 정치적 고향이자 마음의 고향인 달성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며 견뎌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향후 대구에서 정치적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해석할 여지가 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제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많은 꿈들이 있다. 좋은 인재들이 저의 고향인 대구의 도약을 이루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8분여 동안의 인사말 및 대국민 메시지를 전달한 뒤 사저로 들어갔다.

이후 그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사저 앞으로 나와 말을 보탰다. 박 전 대통령의 언급이 정치적 행보를 이어간다는 뜻이냐는 물음에 유 변호사는 “오늘 처음 들은 말이라서 추가로 확인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사저 방문 가능성에 관해서는 “직접 연락 받은 것은 없다. 방문 시 만남 성사 여부는 박 전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다”라고 했다. 유 변호사는 “현재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완벽한 상황은 아니지만 의료진이 통원 치료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퇴원한 것이다. 당분간 건강 회복에 전념할 것이며 어느 지역에서 통원 치료를 할 것인 지 등은 공개하기 힘든 사안이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향해 소주병 투척


이날 박 전 대통령이 인사말을 시작한 뒤 3분여가 지난 낮 12시 19분 경 40대 남성이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소주병을 투척하는 일이 벌어졌다. 소주병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2m 거리 앞 도로에 떨어져 깨졌고 파편이 여러 방향으로 튀었지만 다친 이는 없었다. 순간 청와대 경호처 소속 경호원들이 박 전 대통령을 에워쌌다. 잠시 긴장상태가 이어졌지만 1분 30여초 뒤 박 전 대통령은 인사말을 이어갔다.

경찰은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소주병을 투척한 이모 씨(47)를 현장에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이 씨는 박 전 대통령이 도착하기 5시간여 전인 오전 7시경부터 현장에 나타났으며, 오전 8시경부터는 취재진이 입장할 수 있는 포토존에 잠입해 있었다. 이 씨는 “피해자에게 사죄하지 않는 박근혜를 죽이려고 (소주병을) 던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담벼락 가득 채운 화환



박 전 대통령은 사저 입주 후 이날 오후 인근 마을인 쌍계 1,2리와 초곡리 주민 179가구에 이삿떡을 돌렸다. 이 떡은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서울 강남구 한 떡 전문점에 주문해 가져왔다. (독자 제공)
박 전 대통령은 사저 입주 후 이날 오후 인근 마을인 쌍계 1,2리와 초곡리 주민 179가구에 이삿떡을 돌렸다. 이 떡은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서울 강남구 한 떡 전문점에 주문해 가져왔다. (독자 제공)
이날 사저 앞에는 오전 7시경부터 전국 각지에서 지지자 100여 명이 몰려들었다. 박 전 대통령의 입주를 환영하는 화환은 사저 담벼락을 이미 가득 채운 상태였고, 자리가 모자라자 인근 사거리까지 점령한 상태였다.

경북 안동에서 찾아왔다는 김모 씨(62)는 “인파 수천여 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해 새벽 일찍 일어나 길을 나섰다. 박 전 대통령이 드디어 사저로 온다는 소식에 감격에 겨워 오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노점상도 등장해 박 전 대통령 관련 각종 도서와 태극기 등을 판매했다.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 유튜버 50여 명도 일찌감치 현장에 도착해 손에 방송장비를 들고 현장 상황을 알렸다. 한 유튜버가 대형 스피커를 이용해 ‘새마을 노래’를 틀자 다른 지지자가 “시끄럽다”며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오전 8시 35분 경 박 전 대통령이 대구로 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저 앞은 지지자들의 기대감으로 들썩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파가 물밀 듯 몰려들었다. 조원진 전 국회의원을 필두로 한 우리공화당원들은 오전 10시 반이 되자 300여 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각자 새마을 운동을 상징하는 흰색과 녹색 풍선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을 연호했다.

박 전 대통령의 도착시간이 임박해질수록 환영인파는 더욱 늘어났다. 경찰은 혹시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해 경찰력 20개 중대 1500명을 투입했다.

환영인파는 경찰이 친 펜스와 통제선 밖에서 머물며 환영 현수막과 사진장식 등을 들고 박 전 대통령의 도착을 기다렸다. 사저 담벼락 앞에서는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김문오 달성군수,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 조원진 전 국회의원 등이 도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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