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군 B-52H ‘스트래토포트리스’(맨 위) 폭격기 비행훈련. (미국 태평양공군) 2020.6.21/뉴스1
오는 5월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에 맞서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한 문재인 정부 땐 한동안 한반도를 찾지 않았던 미군 전략폭격기와 항공모함 등을 통해 북한에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던지겠단 것이다.
국방부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국방부의 인수위 업무보고엔 북한이 ICBM 등 도발을 감행할 경우 미군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다시 전개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또 박근혜 정부 때 시작했으나 현 정부 들어 중단된 한미 외교·국방(2+2)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실질적으로 재가동해 미 전략자산의 상시 순환배치·전개를 논의하겠단 계획도 보고됐다.
국방부의 이 같은 업무보고 내용이 실행에 옮겨질 경우 가장 먼저 한반도를 찾을 미군 전략자산으로는 B-52H ‘스트래토포트리스’, B-1B ‘랜서’, B-2 ‘스피릿’ 등 전략폭격기가 꼽힌다. 이들 모두 유사시 수시간 내에 북한 내 전략목표와 군사시설을 초토화할 수 있어 북한 정권이 두려워하는 존재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한이 도발했을 때 ‘폭격기 3총사’가 태평양 괌이나 미 본토에서 출격하는 건 기본”이라며 “특히 미 본토에서 출발할 경우 ‘언제든 전술핵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태평양공군사령부는 지난달 15일 루이지애나주 박스데일 공군기지 소속의 B-52H ‘스트래토포트리스’ 폭격기 4대가 괌 앤더슨 기지에 배치된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미군은 2004년부터 괌에 B-52H 등 폭격기를 상시 순환배치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20년 본토로 철수시켰던 상황이다.
B-52H는 최고속도가 마하 0.95(시속 1162.8㎞)로 다소 느린 편이지만, 31톤 상당의 폭탄을 싣고 6400㎞ 이상을 날아가 폭격한 뒤 돌아올 수 있다. B-52 초기형은 1952년 첫 비행에 나서 올해로 ‘칠순’을 맞았지만 이는 그만큼 성능이 검증된 기종이란 뜻이기도 하다.
미군의 B-52 폭격기는 1956년 태평양의 비키니섬에 수소폭탄을 투하하는 시험에 동원되면서 대외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베트남 전쟁 땐 300만톤의 폭탄을 전장에 투하했다. B-52는 1976년 판문점에서 벌어진 북한군의 도끼만행사건 때도 대북경고 차원에서 한반도 상공을 날았다.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는 B-52보다 신형인 B-1B, B-2가 가장 먼저 전개되는 곳이기도 하다. ‘죽음의 백조’란 별명을 가진 B-1B는 현재 운용 중인 기체의 경우 핵폭탄 탑재 기능이 제거돼 있으나, B-52의 2배인 60톤 상당의 폭탄을 탑재할 수 있다. B-1B는 마하2(시속 2448㎞)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어 괌 기지 이륙 후 2시간이면 평양에 닿는다.
한반도에 출격할 미군 폭격기 가운데 최신형인 B-2는 스텔스 성능을 갖춰 레이더에 거의 잡히지 않는다. 각종 미사일과 폭탄 23톤가량을 탑재할 수 있다. 미 공군의 자체 평가에 따르면 B-2 폭격기 2대는 재래식 항공기 75대분의 전력과 맞먹는다.
북한의 도발수위가 높아질 경우 미 해군이 운용하는 항공모함과 강습상륙함이 한반도 인근 해상에 집결해 압박 수위를 높일 수도 있다.
미 해군 항모전단이 작전을 수행할 땐 기본적으로 3~4척의 구축함과 2척 이상의 원자력추진 잠수함이 따라붙는다.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앞서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에서 한반도 서해상으로 F-35C ‘라이트닝2’ 스텔스전투기 등을 출격시키는 장거리 비행훈련을 실시한 사실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북한의 신형 ICBM 시험발사 등 도발이 임박했다고 보고 이달 7일부터 서해 일대에 대한 감시·정찰활동 및 탄도미사일 방어태세를 강화한 상태다.
북한이 신형 ICBM 시험발사를 실제로 감행할 경우 미국 측의 직접적인 ‘맞불 작전’은 ICBM ‘미닛맨3’ 발사다.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배치된 ‘미닛맨3’은 사거리가 약 1만㎞로, 발사 후 30분이면 평양까지 도달한다. ‘미닛맨3’는 아직 실질적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북한의 ICBM과는 차원이 다른 미군의 핵심 전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군의 압도적 전력이 북한의 도발을 곧바로 멈추진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선제타격을 당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 협상 테이블이 차려지기 전까지 최대한 도발수위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은 2018년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에 임하기에 앞서 2017년까지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잇달아 실시했다.
이에 대해 양 부연구위원은 “우리 새 정부는 현 정부와 달리 북한의 ‘몸값 올리기’를 받아줄 의향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윤 당선인은 북한의 도발에 맞서 한미동맹 및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신속히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