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외부일정 안잡고 수시 보고받아… 당선인 명의 별도 메시지는 안 내
인수위 “北 모라토리엄 약속 깨”
文, 서훈에 “당선인에 브리핑” 지시… 尹측 “靑과 일정 협의한 바 없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24일 북한이 역대 최장 사거리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나서자 긴박하게 움직였다. 윤 당선인은 북한 미사일 발사 상황이 알려지자 즉시 보고를 받고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이러한 도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문을 내고 북한 도발 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다만 윤 당선인은 직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겨냥하는 메시지는 자제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북한 리스크에 대해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인수위는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국의 정권 교체기를 틈타 ‘레드라인’(금지선)까지 넘자 “(북한의)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2018년 약속한 모라토리엄(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중지 약속)을 깬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정면 위반함으로써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인수위는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선 “북한의 위협에 대해 정치·외교·군사적으로 단호한 대책을 강구해 국민의 안전을 지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또 “한미 간 철저한 공조를 토대로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며 “유엔 안보리는 신속하게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엄중한 규탄과 함께 대응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도 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특별한 외부 일정을 잡지 않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상황에 대해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사일 발사 상황에 대해서도 수시로 보고를 받고, 특히 인수위 외교안보분과 관계자들의 의견을 신중하게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윤 당선인은 별도로 본인 명의의 대북 메시지는 내지 않았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정치인으로서는 현안에 대한 본인의 의사를 자유롭게 밝힐 수 있지만, 국군 통수권자인 현직 대통령이 메시지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당선인 신분으로 메시지를 내는 건 현직 대통령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라고 판단해 별도의 메시지를 내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무실을 국방부가 있는 용산으로 이전하는 것을 두고 청와대가 ‘안보 공백’을 앞세워 제동을 건 상황에서 안보 위기가 발생하자 혼란스러운 기류도 감지됐다. 이날 문 대통령이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윤 당선인에게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상황을 브리핑하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해서도 윤 당선인 측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서 실장의 브리핑 일정과 관련해서 청와대와 협의한 바 없다”고만 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향후 윤 당선인의 외교안보 노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강경정책이 아니다”며 북한의 비핵화와 별개로 남북교류협력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의 대형 도발로 강경 노선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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