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전날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를 지명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차기 정부와 다년간 일해야 할 사람을 (임기) 마지막에 인사 조치하는 건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24일 공개적으로 불편한 의사를 드러냈다. 청와대는 “인사는 대통령의 임기까지 대통령의 몫”이라고 맞대응했다. 신구 권력 간 충돌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는커녕 되레 그 수위를 높여가면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 성사는 더욱 난망해진 모습이다.
윤 당선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 마련된 임시 ‘천막 기자실’을 찾아 “당선인(이라는 신분)은 부동산을 매매 계약해서 대금을 다 지불한 상태”라며 “매도인에게 아무리 법률적인 권한이 있더라도 본인이 사는 데 필요한 조치는 하지만, 집을 고치거나 이런 건 잘 안 하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퇴임을 40여 일 앞둔 문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과 일하게 될 인사를 단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다. 윤 당선인이 청와대와의 인사 갈등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인사가 마치 당선인 측과 합의가 이뤄져야 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며 “인사는 임기 안에 주어진 (대통령의) 법적 권한이기도 하지만 법적 의무이기도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는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 지명은 윤 당선인 측의 의견을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한 참모는 “협의한 인사인데 반발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아예 대통령의 인사권을 포기하라는 것인가”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의 발언 35분 뒤 박수현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을 통해 회동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문 대통령은 “두 사람이 만나 인사하고 덕담을 나누고 혹시 참고 될 만한 말을 주고받는 데 무슨 협상이 필요한가”라며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말고 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인사권, 사면 등을 회동 의제로 언급한 이른바 ‘윤핵관’(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을 겨냥하며 윤 당선인의 결단을 압박한 것이다. 이에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윤 당선인의 판단에 마치 문제가 있고, 참모들이 당선인의 판단을 흐리는 것처럼 언급하신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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