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집중’ 바이든, 北에 눈 돌릴까…제재·외교 투트랙 유지 예상

  • 뉴스1
  • 입력 2022년 3월 25일 07시 33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직접적인 지도에 따라 지난 24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 시험발사가 단행됐다고 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직접적인 지도에 따라 지난 24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 시험발사가 단행됐다고 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24일(현지시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서 한반도의 긴장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등 미국 행정부는 북한의 ICBM 발사를 강력 규탄하면서 책임을 묻는 조치를 취할 것을 강조했지만, 대북 대화 및 외교적 접근법에 대한 기존 기조는 유지했다.

그러나 선(先)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북한과 ‘도발 중단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앞세우고 있는 미국간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한반도의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한국시간 24일 오후 2시 34분께 평양 순안국제공항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장거리탄도미사일 1발을 시험 발사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25일(한국시간)으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참관 하에 신형 ICBM인 ‘화성-17형’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한 것은 4년 4개월 만이다. 이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018년 핵실험 및 ICBM 발사를 유예하겠다는 ‘모라토리엄’ 선언을 끝내 파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 총비서는 북한이 지난 1월 7차례의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던 상황에서 같은 달 19일 정치국 회의를 통해 모라토리엄 철회 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북한의 핵실험과 ICBM 발사는 미국이 설정했던 ‘레드라인’(한계선)이었던 만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에 집중하고 있던 조 바이든 행정부로선 또 다른 과제를 안게 됐다.

이미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0일 북한이 지난달 26일(한국시간 27일)과 이달 4일(5일) 실시한 미사일 시험발사가 ICBM 시스템과 관련이 있다는 정보를 공개하면서 북한에 ‘경고장’을 보낸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북한의 주요 무기실험 복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새로운 안보 골칫거리”라고 지적했다. 합참에 따르면, 이번 ICBM은 지난 2017년 마지막으로 발사했던 것보다 사거리(950㎞→1080㎞)와 비행시간(53분→71분)으로 늘어나 미국 본토까지 도달이 가능하다.

그래선지 바이든 행정부는 즉각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 백악관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지 4시간 만인 이날 오전 5시30분쯤, 국무부는 오전 8시30분쯤 북한의 발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통상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땐 국무부의 성명만 나왔던 것을 넘어 백악관이 ‘새벽 성명’을 발표한 것을 보면 이번 ICBM 발사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우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추가 또는 신규 제재를 가하는 등 대북 압박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의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를 “강력 규탄한다”면서 “이번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뻔뻔(brazen)하게’ 위반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미국은 본토와 한국, 일본 동맹국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각각 한국과 일본의 카운터파트들과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특히 한미 장관들은 통화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적 조치를 포함한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곧바로 미국은 오는 25일 유엔 안보리에 공개회의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다. 안보리 회의가 소집될 경우 미국은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나 대북 원유 쿼터 축소 등 신규 제재를 가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에 대한 추가 또는 신규 제재를 이끌어 내더라도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견인해 낼 수 있겠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이미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그 어떤 제재보다 강력한 자체 봉쇄를 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2차례 제재를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끝내 ICBM까지 발사했다.

또한 대북 제재를 가하더라도 중국이 제재 이행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터라 제재의 실효성도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한반도 주변에 군사 전략자산을 전개하면서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주한미군을 관할하는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이달 초 정보 감시 정찰·수집 활동 및 탄도미사일 방어부대의 대비태세를 강화한 바 있다.

주한미군은 지난 15일 제35방공포병여단이 탄도미사일 요격훈련을 하는 상황을 촬영한 사진 등을 언론에 공개했고, 미군은 같은 날 필리핀해의 에이브러햄 링컨함에서 F-35C 스텔스기를 출격시켜 서해까지 장거리 시위 비행을 하기도 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대화 기조를 유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계기에 만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력 규탄하면서도 “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젠 사키 대변인도 성명에서 북한 도발행위 중단을 촉구하면서도 “외교의 문은 닫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에 집중하고 있던 바이든 대통령이 실제 시선을 돌려 북한과의 외교에 적극 관여할 수 있을지 여부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간 2개의 전장을 동시에 관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지만,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하는 것만으로도 벅차 보이는 상태다.

무엇보다 북한과 미국의 입장차가 커 한쪽이 양보하지 않는 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과제다.

일각에선 대북 강경책을 주장하는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맞물려 한반도의 긴장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ICBM 고도화나 추가 핵실험에 나서고, 미국과 새 정부가 강경 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한 때 전쟁위기까지 감돌았던 2017년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워싱턴=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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