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회동이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이에 따라 여권에서는 소통채널의 급을 올려 ‘유영민·권영세’ 채널로 바꾸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사이의 논의가 공회전을 거듭하면서 돌파구를 찾고 있지 못한 상황인 만큼, 채널을 바꿔 논의의 물꼬를 트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25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이 수석과 장 비서실장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양측의 소통 채널을 바꿔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유영민 비서실장, 당선인 측에서는 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이 거론된다.
유 실장은 문 대통령의 진의를 가장 잘 아는 청와대 인사다. 권 부위원장은 윤 당선인의 의중을 꿰뚫고 있는 인물이다. 이에 유 실장과 권 부위원장이 카운트 파트너로 적합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다만 권 부위원장이 지난 19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재택 치료 중으로, 의사를 타진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 부위원장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르면 주말부터 윤 당선인 측과의 협의를 통해 다시금 회동 날짜 조율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회동 날짜가 조율되고 있지 않은 데 아쉬움을 표하고 있는 만큼 소통채널 정비 등을 검토하면서 물밑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집무실 이전 문제나 예비비 편성 문제, 감사원 감사위원 등은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과 만나면 접점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쪽 반응이 없어서 시간이 좀 걸릴 거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인수위 측에선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장 비서실장이 당선인의 일정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권 부위원장이 회동을 위한 소통 채널이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모두 회동이 필요하다는 데는 뜻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권 이양기에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이 충돌을 벌이는 모양새가 지속되는 게 양측 모두에게 득이 될 게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당장 한 달 반 후에 임기를 시작해야 하는 윤 당선인의 경우 문 대통령의 협조가 절실하다. 대통령집무실 이전 문제부터 그렇다. 임기 시작 전 집무실 이전을 시작하기 위해선 문 대통령 임기내 국무회의에서 비용 마련을 위한 예비비 안건이 상정돼야 한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인한 국방부와 합동참보본부(합참)의 연쇄 이전 결정도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다.
임기 초 국정 동력을 얻는 데도 현 정권의 도움이 필요하다. 역대 최소 표차로 당락이 결정된 선거였던 만큼, 윤 당선인은 통상 70~80%를 보여왔던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향후 국정 운영 기대치를 묻는 여론 조사에서도 현재 55%(한국갤럽, 3월22~24일 조사)를 기록하는 등 ‘절반’의 지지만을 받고 있다. 40%대를 유지하고 있는 문 대통령과 갈등을 보이는 모양새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임기를 한 달 남짓 남긴 문 대통령도 윤 당선인과의 충돌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5년 간의 국정운영 성과를 홍보하며 ‘문재인 정부’를 알리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시간에 차기 정권과 대립하며 되레 ‘새 정부 발목잡기’ 프레임에 갇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이철희 정무수석과 장제원 비서실장이 논의를 이어왔지만 회동 날짜는 잡지 못한 채 결과적으로 감정의 골만 깊어지는 결과를 낳았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특히 지난 23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지명을 놓고 양측에서 ‘진실 공방’을 벌인 것을 계기로 청와대 내부에서도 ‘이대로는 안 된다’, ‘상황을 풀어야 한다’는 인식이 공유됐고, 여권 고위 관계자들로부터도 해결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두 ‘대리인’의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만큼 소통 채널을 바꿔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집무실 이전이나 한은 총재 및 감사원 감사위원 후임 인사 등을 놓고 갈등을 보인 것이 사실이지만 회동에 대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측의 의지는 변함이 없는 상황인 만큼, 채널을 바꿔 교착 국면인 회동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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