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국토교통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보고에 참석해 다주택자 규제를 검토하라고 밝힌 것은 현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인 세금 등으로 시장을 왜곡시켰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규제로 거래를 막는 것이 아니라, 수요와 공급에 따라 자연스럽게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부동산 시장도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취지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민간 주도의 공급을 강화하고 각종 규제 완화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도세·취득세’ 다주택자 규제 풀리나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열린 경제2분과의 국토부 업무 보고를 불과 5분 앞두고 ‘깜짝 등장’했다. 그는 “인수위 업무보고 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지만 주택 문제에 워낙 국민적인 관심이 많고 중요해서”라고 설명했다.
인수위원에 부동산에 정통한 전문가가 포함되지 않아 ‘부동산 홀대론’이 잠시 나왔지만, 이번 대선이 ‘부동산 대선’으로 불린데다 윤 당선인도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만큼 부동산 정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윤 당선인의 이날 발언으로 현 정부에서 대폭 강화된 다주택자에 중과했던 취득세와 양도소득세가 대폭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로 지목하고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주택의 ‘취득-보유-처분(양도)’ 등 모든 단계에 걸쳐 세금을 중과하는 방법으로 수요 억제책을 펴왔다. 실거주하는 주택 1채만 남기고 나머지 주택을 모두 처분하라는 취지였다. 그 결과 규제지역에서 취득세는 최고 12%로 높아졌다. 또 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자 이상부터 종합부동산세 세율은 1.2~6.0%로 1주택자(0.6~3.0%)보다 높게 됐다. 양도세도 역시 최고 75%(지방세 포함하면 82.5%)로 중과된다.
하지만 서울 강남권 등 똘똘한 한 채로 정리하려는 추세가 강화되면서 수요가 높은 지역 집값은 더욱 급등했다. 또 다주택자가 보유세가 버거워 주택을 매물로 던지기보다는 증여를 택해 매물 유도 효과도 미미했다.
윤 당선인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 적용을 최대 2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해 다주택자의 주택 매각을 유도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서울 같은 조정지역 다주택자에 대한 고율의 취득세도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규제 풀리나
윤 당선인은 이날 국토부 업무보고 후에도 페이스북에 “주택은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잘못된 규제와 세제는 과감하게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수위는 이날 국토부 업무보고에서 민간 중심의 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규제 정상화(완화)를 통한 부동산 시장 기능을 회복하는 것을 중심으로 주택정책 방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완화 방안 마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업무 보고 때도 인수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민간의 주택 공급을 방해하는 과도한 규제가 없는지 논의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중에는 시행령이나 행정규칙을 바꿔 시행 가능한 재건축 안전진단이나 용적률 완화 등을 우선 검토할 전망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250만 채 공급 로드맵을 새 정부 출범 이후 최대한 빠르게 발표할 것”이라며 “재건축 관련 규제 정상화 과정에서 단기 시장 불안이 없도록 이행 전략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법 개정이 필요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나 임대차법도 지속해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 이후 논란이 커지고 있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대한 개편 논의도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