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25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운동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전장연은 지난해 말부터 이달까지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 등을 요구하는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운동을 24차례 벌여왔다. 2022.3.28/뉴스1
“정치권을 대신해서 제가 사과드립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여러분.”
28일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안내견 ‘조이’는 잠시 김 의원을 올려다보다 이내 바닥에 엎드렸다. 조이는 시각장애인인 김 의원이 2018년부터 함께 생활하고 있는 안내견이다. 김 의원은 “저와 조이는 오늘 여러분들께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함께 왔다”며 “저는 국회의원이기 이전에 여러분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공감하는 시각장애인”이라고 했다.
이날 김 의원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주최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선전전에 참여해 시작 전 6분간 연설을 했다. 김 의원은 8시 20분경 전장연 측과 함께 지하철에 타 경복궁역부터 충무로역까지 함께 이동한 뒤 국회로 출근했다.
“정치권을 대신해 사과한다”는 김 의원의 발언은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장애인 단체 집회를 비판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한편에서 잘못된 단어와 표현을 통해 한편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 주목을 끄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 대표를 비판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시민을 향해서는 “정치권이 일을 해결하지 못해 출근길 불편을 겪게 했다”며 사과했다. 이날 김 의원은 총 14차례에 걸쳐 ‘죄송’ 또는 ‘사과’라는 표현을 썼다.
앞서 이 대표는 장애인들의 지하철 시위에 대해 “불특정 다수의 불편을 볼모 삼는 시위방식”이라며 비판했다. 25일부터 28일 오후 2시까지 이 대표가 자신의 SNS에 올린 장애인 집회 비판 게시물은 총 10개다. 이 대표는 27일에는 SNS에 “순환선인 2호선은 후폭풍이 두려워 못 건드리고 3, 4호선 위주로 하는 이유는 하루 14만 명이 환승하는 충무로역을 마비시키려는 목적”이라며 “결국 불편을 주려는 대상은 노원, 도봉, 강북, 성북 등 서민주거지역”이라고 했다.
이에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28일 집회에서 “경복궁역은 (근처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있기 때문이고 혜화역은 1999년 이동권 투쟁이 처음 시작된 곳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집회는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오전 9시 10분경 혜화역에 도착한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은 승강장에 나란히 서서 △지하철 전 역사 엘리베이터 설치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쳤다. 이동권 외에도 장애인 교육권, 노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인수위가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해 달라”고 했다. 전장연 관계자는 “(인수위가) 예산 보장을 약속할 때까지 지하철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했다.
시위로 지하철이 지연되자 일부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한 시민은 현장을 통제하던 경찰에게 “지하철이 언제 출발하는 거냐”고 따졌다. 다른 시민은 발언 중인 전장연 관계자에게 “그런 것은 인수위에 가서 직접 말하라”고 외쳤다. 이날 오전 지하철 4호선을 이용해 출근한 직장인 전모 씨(34)는 “이렇게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면 반감을 갖는 사람들만 늘어날 것 같다”며 “국회 앞에 가서 정치권에 호소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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