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됐던 인수위 업무보고 진행
법무부 “당선인 공약 큰틀서 공감” … ‘수사지휘권 폐지 반대’ 朴과 온도차
인수위 “朴장관 때문에 직원들 곤혹”
“검경 책임수사제 확립 공감대… ‘檢 독립예산’ 법개정 참여 의사”
“큰 틀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
법무부가 29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인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이 전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 폐지 등 윤 당선인 공약에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지만 인수위 측이 업무보고 일정을 연기하며 군기를 잡자 법무부가 한발 물러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 朴 장관에 거리 둔 법무부 업무보고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100분간 진행된 업무보고에는 주영환 기획조정실장, 구자현 검찰국장 등 법무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24일 예정됐던 업무보고가 연기된 지 닷새 만이었다.
앞서 인수위 측은 24일 법무부 업무보고를 연기하며 “40여 일 후 정권 교체로 퇴임할 장관이 부처 업무보고를 하루 앞두고 (당선인 공약을) 정면으로 반대하는 처사는 무례하다”고 했다. 박 장관이 기자들을 만나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검경 책임수사제 확립, 검찰 예산 독립 등 윤 당선인의 공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하지만 법무부 관계자들은 29일 박 장관 주장에 거리를 두며 대체적으로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용호 의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서로 적극적이고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잘 진행됐다”며 “(법무부는) 공약 이행을 위한 법령 제정 및 개정 과정을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입장도 표명했다”고 했다. 다만 이 의원은 “박 장관은 이 부분에 대해 굳이 언급을 하실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 그런데 당선인 공약에 대한 여러 입장을 밝히는 바람에 법무부 직원들이 굉장히 곤혹스러운 표정”이라며 거듭 박 장관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 인수위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 개정 논의”
인수위는 이날 “법무부가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은 폐지를 포함해 개정까지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해당 규정이 피의자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선별적, 정치적으로 이뤄진 측면이 있다는 데 법무부도 공감했다는 것이다. 이 규정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시절 추진돼 2019년 12월부터 시행됐는데 피의 사실과 수사 상황 등이 기소 전 언론에 공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알 권리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또 인수위는 검경 책임수사제 확립에 대해서도 법무부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책임수사제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서 보완 수사가 필요한 경우 검찰이 직접 사건을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국민 피해 구제를 위해 검경의 책임수사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고 법무부에 설명했다”고 밝혔다. 또 “법무부도 동감하면서 수사준칙 규정을 수정하고 정비할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법무부는 윤 당선인이 내세운 수사지휘권 폐지와 관련해선 부작용을 인정하면서도 찬반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인수위원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법무부는 수사지휘권 행사로 검찰의 독립성 중립성 훼손 논란이 발생한 것에 공감했다”며 “찬성 여부에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진 않았지만 새 정부에서 법 개정 작업 등이 있으면 적극 참여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검찰의 예산 편성권 독립에 대해서도 법무부는 동의하는 대신 “새 정부 출범 후 법령 개정 작업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정도의 입장만 밝혔다고 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각 사항에 대해 인수위가 지적하면 법무부에서는 일단 공감을 표한 후 ‘살펴보겠다’ ‘논의해 보겠다’는 식으로 답변했다”며 “100분 업무보고 동안 웃음소리 한번 없이 긴장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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