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무회의, 집무실 이전비 상정 안해… 尹취임날 정상 입주 불투명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文―尹 회동 이후]
尹측, 집무실 설계 진행 ‘용산이전’ 속도… 靑 “안보 공백 없게 예산안 다시 짜와야”
이전비, 어제 국무회의 상정 안돼
尹 취임일 정상입주 쉽지 않을듯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려는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 대한 실측 작업을 완료했고, 새 집무실 설계도 상당 부분 진행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만찬 회동을 통해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데 이어 실무 작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29일 “(정부의) 예비비 집행 의결과는 별개로 집무실 이전 일정을 앞당길 수 있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 측의 속도전과는 별개로 윤 당선인의 5월 10일 취임 첫날 ‘용산 집무실’의 정상 입주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윤 당선인 측이 안보 공백 우려 해소가 담긴 새로운 예비비안을 다시 짜와야 한다”면서 “새 예비비안을 두고 면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부겸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선 집무실 이전을 위한 496억 원의 예비비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집무실 용산 이전 줄다리기 여전
靑, 안보공백 우려 해소부터 요구… 정확한 계획-면밀한 예산에 방점
尹측 “나름 안보공백 없다고 생각”… 이전비 일부라도 먼저 배려 원해
“용산 못가도 청와대로는 안 간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에 큰 틀에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용산 대통령 시대’가 언제 현실화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는 일정은 이사와 리모델링 등에 필요한 예산을 윤 당선인 측이 언제 손에 쥘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결국 국무회의에서 예비비의 의결 일정이 관건인 것이다.

이날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집무실 이전을 위한 496억 원의 예비비 안건이 상정되지 않았다. “정확한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청와대 내부에선 “원점에서 예산을 다시 짜오라”는 뜻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런 만큼 실무 협의 도중 양측이 각론을 놓고 다시 충돌할 수도 있다. 윤 당선인 측도 “5월 10일 취임식 당일 새 집무실 입주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 尹측 “이사비라도 먼저” vs 靑 “예산 면밀 검토”

윤 당선인 측이 기대하는 ‘협조’의 핵심은 문 대통령이 국방부의 합동참모본부 이전 등에 소요될 예비비를 국무회의에서 의결해주는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시기와 방법을 둘러싼 이견이 예비비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에 고스란히 묻어난다는 점이다.

윤 당선인 측은 하루가 바쁜 표정이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정 안 되면 이사비라도 빨리 조금 반영해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예비비를 한꺼번에 의결하기 어렵다면 국방부가 합동참모본부로 옮겨가고 건물을 비우는 데 드는 비용이라도 먼저 배려해달라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속도가 나지 않으면 외상으로라도 해야 하나 싶다”라는 말도 했다.

반면 청와대는 사뭇 다른 기류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정확한 이전 계획’과 ‘면밀히 살펴’라는 말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안보 공백 우려 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496억 원의 예비비 의결에 협조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메시지는 집무실 이전 자체에는 협조하되 시기가 촉박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이 5월 10일까지 집무실을 옮기려면 안보 공백 우려를 해소할 만한 이전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는 취지다. 청와대 관계자는 “임기 마지막 날까지 군 통수권자는 결국 대통령이고, 예비비 의결에 대한 책임도 대통령이 지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히 따져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안보 공백 우려에 대해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저희 대선 캠프에 군 출신 참모 100명이 넘게 있었다. 저희 나름대로는 안보 공백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尹 측 “취임 첫날 ‘용산 집무’는 쉽지 않아”

청와대 집무실의 용산이전이 가시화 되고 있는 가운데 29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모습.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전 시기를 놓고도 양측 간 힘겨루기가 여전하다. 윤 당선인 측은 문 대통령 임기 내 이전 작업에 속도를 내 가급적 빨리 ‘용산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물론 내부적으로는 “취임식 당일 집무실 100% 입주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고 판단도 하고 있다. 예비비 집행 문제에 더해 국방부의 합참 이사, 국방부 신청사와 한남동 임시 관저 리모델링 등에 최소 6∼8주가량이 걸리기 때문이다.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김용현 경호경비팀장은 “5월 10일 입주를 위한 (예비비 의결의) 데드라인은 3월 25일”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윤 당선인 측이 이전 스케줄을 늦추길 바라는 분위기다. 이철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장 실장 간 협의를 통해 윤 당선인이 다소 스케줄을 늦출 경우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예비비를 의결할 수 있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 측에선 “취임식 당일에 용산시대를 열기 어렵다하더라도 윤 당선인이 청와대에 들어가는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배수진을 쳤다. 그만큼 ‘탈(脫)청와대’의 상징성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용산이전#집무실이전#안보공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