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통 난 김정은 ICBM ‘바꿔치기’…위협 받은 평양 주민 믿을까

  • 뉴시스
  • 입력 2022년 3월 30일 09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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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북한이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관련해 눈속임을 했다고 지난 29일 공식 발표했다. 초유의 ICBM 바꿔치기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이번 사태가 북한 평양 주민 여론과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 위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국방부는 29일 국회에 북한의 ICBM 눈속임 정황을 설명했다.

지난 16일 신형 ICBM인 화성-17형을 평양 순안공항에서 쏘다가 공중 폭발해 파편이 주민들 머리 위로 쏟아지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북한 수뇌부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4년4개월 전 발사에 성공한 구형 화성-15형을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지난 24일 화성-15형을 쏘는 데는 성공했다. 이어 북한은 다음날인 25일 관영 매체를 통해 화성-17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김정은 위원장의 업적으로 선전했다.

국방부는 지난 16일 공중 폭발 당시 정황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국방부가 국방위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설명한 내용에 따르면 폭발 지점은 그간 알려진 20㎞보다 더 낮은 수㎞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ICBM 파편은 민가가 아닌 논 등에 쏟아졌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전문가들은 ICBM 공중 폭발이 심각한 사안이며 평양 주민들을 위협할 수 있다고 봤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어떻게 폭발했느냐에 따라 다르다. 유도제어 불량이면 흔들리다 통째로 떨어지고 지상신호나 프로그램으로 자폭시키면 파편이 비산된다. 엔진이면 파편이 여러 개로 나뉘되 상부 연료통과 탄두는 같이 떨어지거나 뭉텅이로 떨어진다”며 “피해도 파편에 맞는 것과 연료에 의한 화재나 중독 등으로 다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에 따르면 장거리 미사일 액체 연료인 비대칭디메틸히드라진(UDMH)은 맹독이고 산화제인 사산화이질소도 독성을 띠고 있다. 1996년 2월 중국 시창 위성발사센터에서 창정 3호 로켓이 공중 폭발한 뒤 인근 마을에서 주민 6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다쳤다. 일각에서는 사망자가 500여명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이런 식으로 터지면 평양 주민들이 다 본다”며 “폭발 연기도 오래 남아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화성-17형이) 워낙 크니 파편이 많이 떨어지긴 했을 것이다. 단단한 부분은 잘게 쪼개지지 않고 통째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1단 추진체에서 폭발이 일어났으니 1단은 산산조각 났을 것이다. 2단도 추진제가 가득 차 있었을 테니 비슷할 것이다. 3단 탄두부도 지면에 떨어지면서 또 부서졌을 거 같다”고 분석했다.

미국 전문가들은 이번 공중 폭발이 평양 주민들을 위협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담당 국장은 29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보통 미사일 시험발사는 민간인 피해를 우려해 주민들 주거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지난 16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평양 인근 순안비행장 근처에서 한 것은 북한 정권이 폭발사고로 북한 주민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민간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당국은 무모한 미사일 발사로 북한 남녀 성인들은 물론 어린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이번 폭발 사건을 계기로 평양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방부는 평양 주민들이 폭발 장면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국회에 “3월16일 발사 실패 장면을 평양 주민들이 목격한 상황에서 유언비어 차단과 체제 안정을 위해 최단시간 내 성공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북한 당국이 주민 동요를 차단하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9일부터 각지에 있는 선전 선동 부문 간부들을 불러 모아 첫 선전 부문 일꾼 강습회를 열고 있다.

노동신문은 30일 강습회 개최 사실을 보도하며 “당 선전 일꾼들은 우리 당의 사상과 어긋나는 불건전한 사상 요소와 부정적인 현상들을 추호도 용납하지 말아야 하며 당과 수령을 견결히 옹호 보위하는 열혈의 충신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ICBM 폭발 관련 유언비어 확산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방부가 발표한 평양 상공 공중 폭발 전말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발표 내용을 그대로 믿기에는 엉성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국방부가 ‘2017년 성공해 신뢰도가 높은 화성 15형을 대신 발사했다’고 밝힌 데 대해 “화성-15형은 4년4개월 전에 성공했으므로 신뢰성이 있다는 것인데 사실 화성-15형은 한 번 쐈을 뿐이다. 반면 화성-17형은 올해 3번 쏴서 2번 성공했다”며 오히려 화성-17형의 신뢰도가 더 높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로켓은 아무도 모른다. 10번 성공해도 11번째 실패할 수 있다”며 “로켓은 그만큼 신뢰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ICBM을 바꿔치기했다는 주장에도 의문이 없지 않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결국 국방부 보고는 24일 쏜 것은 화성-15형인데 그 이유는 안보와 관련된 것이라 얘기 못 한다는 것”이라며 “그것으로는 세계 각국에 설명하기 어렵다”고 평했다.

미국 정부 역시 24일 발사된 ICBM이 화성-17형이 아닌 화성-15형이라는 데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는 모양새다. 주요 당국자들은 여전히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한국을 포함한 동맹, 우방국들과 협조해 지난 시험 발사에 대해 계속 분석하고 있는 상황이며 그 밖에 제공할 최신 정보는 없다”며 “그 과정을 앞서 나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제임스 제라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참모장은 29일 민간단체인 미사일방어옹호동맹(MDAA) 화상 간담회에서 “북한이 최근 발사한 ICBM의 정확한 명칭이 무엇이든 간에 이번 발사는 북한의 미사일 역량이 증대되고 있으며 북한이 역량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발언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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