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4개월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국제사회의 도발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은 북한이 조만간 의도적으로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이기동 수석연구위원과 최용환 책임연구위원은 30일 ‘북한 신형 ICBM 발사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위원 등은 북한의 지난 24일 신형 ICBM ‘화성-17형’(우리 군은 ‘화성-15형’으로 판단) 발사가 국제정세 변화를 고려한 판단에 따른 것으로 봤다.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러 관계가 크게 악화된 시점에 ICBM을 발사해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중국·러시아의 조력을 획득할 기회를 노렸다”는 것이다.
실제 25일(현지시간) 개최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선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북한의 ICBM 시험발사를 규탄하는 언론성명 채택이 무산됐다. 이 위원 등은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제2397호가 정한 추가 대북 유류제재에 관한 ‘트리거(방아쇠) 조항’ 이행 역시 중·러가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들은 북한이 작년 1월 제8차 조선노동당 대회에서 제시한 ‘국방발전 5개년 계획’에 따른 군사력 강화 움직임을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ICBM급 미사일의 정각발사를 통한 대기권 재진입 기술 검증, 다탄두 ICBM 개발, 폭발력을 조절한 추가 핵실험 등 군사 기술적 완성도 제고를 위한 추가 조치들을 이어갈 수 있단 것이다.
또 이들은 북한이 고의로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적대행위 금지를 규정한 ‘9·19 남북 군사합의’를 파기하는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고 점쳤다.
북한은 앞서 2020년 6월 우리 측 민간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에 반발해 개성 소재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즉, 올 봄에 우리 측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가 이뤄질 경우 북한의 ‘9·19 남북군사 합의’를 파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4월엔 김일성 주석 생일 제110주기(4월15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추대 10주년(4월11일),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4월25) 등 북한이 “과시해야 할 정치적 모멘텀”이 있고, 북한이 체제 위협으로 간주하는 한미연합 군사훈련도 예정돼 있다.
이 위원 등은 북한의 ICBM 발사 등 도발 의도에 대해선 ‘신냉전화’ 구도를 활용해 무기를 개발하고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추구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최근 북한은 미국과 국제사회가 불법행위라고 규정한 핵·탄도미사일 외에도 (극초음속미사일, 장거리순항미사일, 군사정찰위성, 무인정찰기 등) 새로운 첨단무기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세계적인 군비경쟁 시기에 맞춰 관련 국제규제 레짐이 취약한 새로운 첨단무기 능력을 갖추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북한은 미러·미중 갈등과 군비경쟁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이 기회를 활용해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라며 “향후 미국과의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핵능력을 갖추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 위원 등은 북한의 도발에 따른 대응 방안으론 한미연합 방위태세 및 확장억제력 강화 등 군사적 조치 마련을 주문했다.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한 원점타격 의지와 능력을 보여주는 식의 독자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한미·한중관계 관리 등을 통한 외교적 노력 병행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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