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던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3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부에서 생산한 문서나 보고서 등을 파기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청와대를 포함한 각 부처에 보냈다는 보도와 관련해 “함께 일하는 동료로 생각하지 않는 전형적인 점령군의 태도”라며 비판했다.
윤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해당 내용이 담긴 기사 화면을 캡처한 사진을 공유하고 “참 못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인수위가 각 부처에 문서 삭제 금지를 명령했다고 한다. 마치 현재 공직자들이 정권교체 시기에 임의로 문서를 삭제하는 느낌을 주고 있다”며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각 부처가 정책 수립 집행 등을 위해 작성하고, 최소 차관 이상 보고된 공식적인 문서는 어차피 정부 시스템 안에 다 남아 있다. 한마디로 폐기 불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수위의 이런 명령은 현장에서 일하는 공무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모는 행위”라며 “공직자의 사기를 꺾고, 자존감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우리는 지난 이명박 정권을 기억한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역대급으로 많은 자료를 다음 정권을 위해 이양했다.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저의 경험으로는 과도하다 싶을 정도였다”며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그러한 자료를 정치에 악용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NLL 대화록 왜곡 누출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인수위 공문을 보면서 기시감이 든다. 이명박 정권과 너무 흡사하다. 오히려 그 시절보다 더 빠르게 움직인다”며 “인수위가 다음 정부의 국정과제를 정리하고 민생을 돌볼 계획을 짜기에도 바쁠텐데, 현 정부의 문서에 집착을 보이는 것이 비정상적이어서 하는 말”이라고 꼬집었다.
또 “공직자들을 길들이기 위한 ‘공포 정치’용이라면 그 또한 심각한 문제다. 하수 중의 하수”라며 “임기가 끝나가는 정부가 아니라 국민을 보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서 인수위는 전날 정부 기관에 협조 공문을 통해 “정부에서 생산한 전자·종이문서와 보고서 등을 무단 파기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또 업무용 컴퓨터를 교체하지 않을 것도 요청했다.
최지현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라고 특정한 게 아니라 그간 정부에서 생산한 모든 자료를 대상으로 파기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