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을 발표하면서 인사청문회 정국의 막이 올랐다. 5월 10일부터 야당이 되는 더불어민주당은 “호남 출신이고, 과거 민주당 정부에서 일을 하신 분이라는 점이 전혀 고려 요소가 되어선 안 된다”며 한 후보자에 대한 치열한 검증을 예고했다.
한 후보자의 국회 인준은 사실상 172석의 민주당이 키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국민의힘, 국민의당 등 범(汎)보수 진영의 의석수는 114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총리 인준에는 국회의원 재적 의원 과반인 151명 이상 출석해 출석 의원 과반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범보수 진영 의원들이 모두 참석해 찬성표를 던지더라도 범진보 진영에서 최소 37명 이상의 의원이 본회의에 출석해야 인준 투표가 진행될 수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민주당이 총리 인준에 반대해 본회의 전면 불참을 선언할 경우 새 정부의 내각 구성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이어지는 국무위원 인사청문회와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협상 등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치열한 수 싸움이 펼쳐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인선 발표 뒤 한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 필요성을 강조했다. 원내사령탑인 박홍근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후보자가 실제 현재 대한민국의 난제 위기, 전환기적인 숙제를 제대로 풀 수 있는 역량이나 자질 리더십 갖고 있는지 꼼꼼하게 따져볼 것”이라며 “호남 출신이다, 과거 민주당 정부에서 일을 하신 분이다, 이것이 전혀 고려 요소가 되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 내에선 한 후보자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요직을 지냈던 만큼 검증 수위를 놓고 고심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 중진 의원은 “한 후보자가 40년 넘는 공직생활을 하며 모든 정권에서 중용된 것은 그만큼 실력을 갖췄다는 얘기”라고 했다. 여기에 민주당이 국회 인준 투표 지연 등의 전략을 쓸 경우 임박한 6·1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국정 발목 잡기’ 프레임을 들고나올 수 있다는 점도 민주당의 고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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