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6·1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를 사실상 선언한 가운데, 민주당 86그룹과 서울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서울 3선인 김민석 의원은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송 전 대표를 겨냥, “선의와 책임감을 믿지만, 공감과 소통 없는 책임감과 결단은 당을 해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대선 패배 직후 지선 출마 책임론 ▲86 용퇴론 제기 후 출마 문제 ▲당내 타 유력인사 폄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발생 책임 등을 조목조목 따져물었다.
우선 “동일 지역구 연속 4선 출마 금지 약속을 선도하고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촉발시킨 86 용퇴론에 대한 대국민 설명과 양해가 필요하다”며 “하산 신호를 내린 기수가 갑자기 나홀로 등산을 선언하는데서 생기는 당과 국민의 혼선을 정리해줄 의무가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이번 과정에서 ‘누구누구가 경쟁력이 있다면, 왜 당에서 나를 거론했겠느냐’며 다른 유력 당내 인사들을 폄하한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언급하셨던 분들의 경쟁력이 송 전 대표보다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서울의 국회의원들과 당원들이 한뜻으로 송대표를 유일한 대안으로 강권한 것도 이재명 후보가 강권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이밖에 “종로 보궐선거 무공천 결정을 주도한 전 대표로서, 본인이 후보가 될 경우의 인천 보궐선거 공천문제에 대한 일관성 있는 입장을 잘 정리해주시기 바란다”며 “그렇지 않으면 본의 아니게 인천, 나아가 서울과 전국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김 의원은 교황선거(콘클라베)형 시민 후보 선정 방식을 제안했다. 송 전 대표 외에 이낙연·정세균·추미애·박용진·박영선·임종석·박주민·강병원·우상호·김현종 등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당 안팎 인사들을 일일히 열거하며 “모든 인적자원을 놓고 지도부가 책임 있는 전략적 검토와 실행을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지난주 송 전 대표 출마를 비토하는 서울지역 의원들의 모임을 남인순 의원과 함께 주도한 86 중진이다. 그는 회견 내용이 서울지역 의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냐는 질문에는 “개인 자격으로 (회견)한 것”이라면서도 “개인적으로 확인한 바는 미세한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큰 상황에 대한 진단에는 공감대가 크다”고 답했다.
교황선거(콘클라베) 방식을 제안한 이유에 대해선 “남은 시간동안 얼마든지 시대 흐름에 맞는, 마치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이 갑자기 부양했듯 시대에 맞는 뉴페이스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며 “위기에 임한 우리당의 집단지성과 지지자, 시민들의 창의성에 의해 후보군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지금 (서울시장) 후보가 없는 것처럼 돼있고, 송 전 대표 차출론이라는 왜곡된 프레임이 한동안 언론에 (회자)돼 ‘후보가 하나 밖에 없나’하는 왜곡된 인식이 있다”며 “실제 상황은 그렇지 않아서 당원과 국민이 열어놓고 보기 시작하면 굉장히 풍성한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고도 했다.
서울 선거 판세에 대해선 “우리 조직력은 민주당이 최소한 경합 우세 상태라 변화한 조건에서 선거를 치르면 지지 않는다”면서 “우리로선 서울시장 선거를 짐짓 포기하듯 갈 수 없다. 온 당력을 내걸고 해야 하는 점에 있어서 송 전 대표가 온 당력을 내건 ‘원카드’로 가야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86 전략통으로 송 전 대표의 연세대 동기인 우상호 의원도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울지역 의원 모임에서 이재명 전 후보의 권유를 통한 ‘이낙연 차출론’ 등이 나왔음을 언급한 뒤 “송 전 대표의 사실상 출마선언으로 이제 이런(다른) 카드들은 다 물 건너갔다”며 “바깥에 있는 참신한 분이 그 당의 유력한 당대표가 딱 앉아서 경선하자고 버티고 있는데 어떻게 들어오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이낙연 선배도 송영길 대표를 나오겠다고 하는 판에 한참 후배하고 경선하느냐. 그렇게 해서 나와야 할 이유가 있겠느냐”며 “당이 ‘좀 살려주십시오, 선배님 아니면 안 됩니다’라고 정말 읍소하지 않는 한 송 대표와 경선하면서까지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는 생각은 꿈도 안 꿀 것”이라고 단언했다.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온 박주민 의원 역시 BBS 라디오에 나와 “상당히 많은 의원들이 (송 전 대표 출마에) 반대하는 것 같다”며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던 지도부가 특별한 이유없이 복귀한단 것도 이해가 안 되고, 원래 서울지역 출신도 아니시다”고 전했다.
‘송영길 서울시장’이 이심(李心)이 아니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앞서 이재명계 최측근 정성호, 김남국 의원이 당대표직 사퇴 후 전국 사찰을 돌던 송 전 대표를 찾아가 서울 출마를 권유했다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김 의원은 이재명 전 후보가 송 전 대표를 민다는 시각에 대해 “그건 아니라고 본다. 실제로 확인하니까 아니었다”고 했고, 박 의원도 “송 전 대표 출마에 이 고문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제가 확인해본 바로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