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를 두고 서울 지역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당내 반발이 연일 확산되고 있다. 이미 ‘정치 개혁’을 위해 차기 총선 불출마를 약속했고,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도 조기 사퇴한 송 전 대표에게 서울시장 출마 명분이 없다는 비판이다. 그러나 송 전 대표 외에 마땅한 후보가 없다는 점도 당 지도부의 내부 고민이다.
민주당 김민석 의원(영등포 을)은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한 지 얼마 안 돼 큰 선거의 후보를 자임한데 대한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차기 총선 불출마꺼자 선언하며 촉발시킨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론‘에 대한 대국민 설명과 양해가 필요하다는 것. 김 의원은 “하산 신호를 내린 기수가 갑자기 나홀로 등산을 선언하는 데서 생기는 혼선을 정리해줄 의무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교황식 시민후보 선정 방식으로 서울시장 후보를 결정할 것을 제안했다. 민주당은 최근 원내대표 선거에도 교황 선출 방식인 ’콘클라베‘를 적용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서울 지역구 출신 대선후보였던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용진 의원을 비롯해 4·7 보궐선거 후보였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당 안 팎의 모든 인적 자원을 두고 지도부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기형 의원(도봉을)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동의를 표했다. 당내 최대 규모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는 6일 비공개 회의를 갖고 서울시장 후보 선출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재명계 의원들이 앞장서서 송 전 대표의 출마를 독려했다면, 서울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반송(反宋)’ 기류가 형성되는 모양새”라고 했다.
송 전 대표와 연세대 81학번 동기인 우상호 의원(서대문갑)도 “송 전 대표의 출마선언이 결국 여러 카드를 무산시켰다”고 비판했다. 우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에서 “그 당의 유력한 (전직)당 대표가 딱 앉아서 경선하자고 버티고 있는데 (외부 인사가) 어떻게 들어오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낙연 전 대표가 출마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당이 ‘좀 살려주십시오, 선배님 아니면 안 됩니다’라고 정말 읍소하지 않는 한 송 전 대표와 경선하면서까지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는 생각은 꿈도 안 꿀 것”이라고 단언했다.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여전히 고심 중인 박주민 의원(은평갑)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일부는 아니고 상당히 많은 (서울 지역) 의원들이 반대를 하는 것 같다”며 “(송 전 대표는) 원래 서울 지역 출신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본인의 거취에 대해선 “2~3일 사이 결론을 내려할 상황인 것 같다. 막바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오세훈 현 서울시장에 맞설만한 중량감 있는 후보가 송 전 대표 외에 없다는 현실적 지적도 나온다. 한 서울 지역 의원은 “송 전 대표의 결단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선거에 관심이 모이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