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은 4일(현지 시간) 북한에 대한 새로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이어 연일 핵 위협을 높이는 북한에 대해 원유 수입 추가 제한 같은 고강도 제재 방침을 본격화한 것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이날 미-중 북핵협상 수석대표 회담도 열고 새로운 대북제재를 논의한다고 밝혔다.
성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이날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 협상 수석대표 회담을 한 뒤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행위에 대한 유엔 안보리 차원의 강력한 대응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다”며 “새로운 안보리 결의 추진을 위해 한국, 유엔 동료와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 본부장도 “북한의 ICBM 발사는 다수의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감안해 새로운 (안보리) 결의 추진을 포함한 강력한 조치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한미가 새로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에는 북한이 ICBM을 발사하면 대북 원유 및 정제유 공급량 상한선을 추가로 줄일 수 있는 트리거(trigger·방아쇠) 조항이 있다.
새로운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이 채택되면 현재 원유는 연간 400만 배럴, 정제유는 50만 배럴로 제한된 원유 금수(禁輸)조치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 6차 핵실험 당시 대북 원유 수출 전면 중단을 제안하기도 했다.
대북 수출금지 품목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올 들어 네 차례 대북제재를 발표한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억제하겠다”며 탄도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물자 차단에 주력해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올 들어 다섯 차례 열린 북한 도발 관련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대북 규탄 성명과 탄도미사일 개발 연루 인사 제재를 추진했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 반대로 모두 실패했다.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규탄 성명이나 새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려면 5개 상임이사국 모두 찬성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가 새로운 유엔 안보리 결의안 추진 의지를 강조한 것은 핵실험 재개 조짐이 보이는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동시에 대북제재에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러시아의 유엔 인권이사회 자격 정지를 추진하는 등 우크라이나 침공과 민간인 학살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대북제재 추가 결의안을 공개 추진해 여론전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특히 새로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채택에 나서겠다는 한미 발표는 김 대표와 류샤오밍(劉曉明)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의 미중 북핵협상 수석대표 회동 직전에 나왔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대표가 오늘 중국 카운터파트와 만날 것”이라며 “북한에 우리가 갖고 있지 못한 레버리지(지렛대)를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국가들과 협의하는 것도 중요하다. 중국은 확실히 그런 나라”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과 유대관계를 가진 국가들이 이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향해 나가는 데 활용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유엔에 (북한의) 책임을 묻기 위한 수단이 채택돼 있고 모든 국가는 이 수단이 효과를 갖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이 강하게 반발해온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깊은 우려를 분명하게 말해왔다”며 “차기 한국 정부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및 핵 도발뿐 아니라 인권 문제 대응에서도 협력을 이어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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