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미동맹 심장부’ 美기지 방문
尹 “첫 방문 부대가 캠프 험프리스”… 美측 “안정 역할 못하면 직무유기”
美측 요청으로 美사령관 1:1 면담… “대북 억제력 수단 논의” 관측
尹측 “잠깐 담소” 확대 해석 경계… 中대사 “사드 전철 밟지 말아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엄중한 상황 속에서 한미 군사동맹과 연합방위 태세를 통한 강한 억제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7일 대통령 당선인으로는 처음으로 경기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해 ‘강력한 한미 억제력’을 강조했다. 지난달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이어 15일 김일성 생일(태양절)을 맞아 북한의 추가 도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북한에 날리는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은 이날 미 측의 요청으로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과 일대일 면담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 尹, 24시간 감시정찰 상황 브리핑 받아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전투부대와 첨단 무기가 실전 배치된 캠프 험프리스에 도착해 러캐머라 사령관, 김승겸 연합사 부사령관 등의 브리핑을 받았다. 이날 방문에는 새 정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내정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안보분과 김성한 간사와 김태효 이종섭 인수위원, 국회 국방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성일종 의원 등이 동행했다.
이 자리에선 주한미군의 24시간 대북 감시·정찰 상황이 주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은 최근 북한의 잇단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대북 경계감시 활동을 강화했다.
윤 당선인은 브리핑을 받고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처음 방문한 부대가 한미 군사동맹의 심장부인 캠프 험프리스”라며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은 수많은 선배 전우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러캐머라 사령관도 “한반도 안정을 위해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은 직무유기라 생각한다”고 화답하며 한미 간 ‘철통 동맹(Iron-clad alliance)’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이 당선 이후 국군 부대보다 미군 부대를 먼저 방문함으로써 새 정부가 한미 동맹 강화를 최우선 안보 과제로 삼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평택 미군기지는 유엔군사령부와 주한미군사령부, 특수전사령부, 미8군, 제2보병사단 사령부가 주둔하고 있어 ‘주한미군의 심장’으로 꼽힌다. 현재 서울 용산에 위치한 한미연합사령부도 올해 하반기 평택 미군기지로 옮겨올 예정이다.
○ 尹-한미연합사령관 일대일 면담…“美측 요청”
윤 당선인은 이날 미 측의 요청으로 러캐머라 사령관과 20분 간 통역사만 배석한 채 일대일 면담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면담에서는 대북 억지력 강화를 위한 옵션을 놓고 논의가 오갔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당선인이 파견한 한미정책협의 대표단은 5일(현지 시간) 미 측과 만나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항공모함과 전략폭격기 등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를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윤 당선인 측은 “양측 관계자 환담 후 윤 당선인과 러캐머라 사령관이 잠깐 담소를 나눈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윤 당선인이 임기 초반부터 섣불리 북한과 대결구도를 만들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인수위 관계자는 “(새 정부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나 무기체계에 대한 대비 태세를 점검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정책이나 말로 북한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윤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세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도 북한의 도발 수준에 따라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이날 사드를 언급하며 한미 간 밀착 신호를 경계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싱 대사는 한중 전문가 대화에 참석해 “사드 문제로 한때 최악으로 치달았던 한중 관계가 양국의 공동 노력으로 정상궤도를 회복하긴 했지만 아직도 그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다”며 “사드란 두 글자는 한중 관계의 금기어가 됐고, 양국은 다시는 그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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