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야구기자가 본 윤석열 당선인과 야구의 친밀도 [이헌재의 B급 야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9일 10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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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야구 명문’ 충암고를 나왔습니다. 충암고 동문들은 ‘충암고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선 야구라는 키워드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는데요. 윤 당선인은 야구와 얼마나 가까운 걸까요.

윤 당선인이 야구에 대한 관심을 대외적으로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작년 대선 후보시절이었습니다. 작년 9월 충암고를 찾아 “우리 충암 동문들의 사회 맹활약도 충암고 야구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지요. 윤 당선인은 충암고 야구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선수들과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윤석열 캠프 제공


충암고 야구부는 1970년 창단했습니다. 8회 졸업생인 윤 당선인이 고교 2학이던 1977년 봉황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충암고는 창단 첫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고교야구 전성시대였으니 동문들이 난리가 났던 건 당연한 일이었지요. 당시 우승 감독은 쌍방울, LG, SK, 한화 등에서 감독을 지낸 뒤 현재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김성근 감독이었습니다. 대회 MVP는 역시 SK와 KIA, KT 감독 등을 지내며 한국시리즈 우승도 차지했던 조범현 감독이었지요.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한 모교 야구부에 대한 기억은 윤 당선인에게도 뿌리 깊이 박혀 있을 것입니다.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로 모교를 방문하기 직전 충암고 야구부는 고교 4대 전국대회 중 하나인 청룡기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앞서 열린 대통령배마저 제패해 2관왕에 올랐지요. 전국대회 우승이란 게 결코 쉬운 게 아닙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윤 당선인의 고교 시절 첫 우승이 나왔고, 대선 후보시절에 두 차례나 우승이 더해졌던 것이지요.

당시 충암고 야구부 주장은 윤 당선인을 향해 각본에 없던 돌발질문을 던졌습니다. “내년에도 학교 야구팀이 좋은 성적을 올리면 (청와대로) 초청해 주실 건가요”. 윤 당선인은 전혀 당황한 기색 없이 “물론입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윤석열 캠프 제공

윤석열 캠프 제공
윤석열 캠프 제공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는 선수들과 함께 러닝을 하고 캐치볼을 하는 사진들을 언론사에 전달했었는데요. 전직 야구기자이자 사회인 야구도 좀 해 본 기자의 눈에 그 사진들은 상당히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이 야구 유니폼을 입고 캐치볼을 하거나 배팅 연습을 하는 건 흔한 장면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모습이 어색해 보이곤 합니다. 제대로 야구 한 번 해 본적 없는데 연출사진을 찍으려니 그랬었겠지요.

하지만 윤 당선인은 달랐습니다. 글러브를 낀 왼손이나 공을 던지는 자세가 흔한 말로 ‘예전에 공놀이 좀 했구나‘ 하는 느낌을 줬습니다. 와인드업 자세도 그렇고, 공을 손에서 뿌리는 동작도 그럴 듯 했습니다. 사실 야구는 배가 좀 나오고, 조금 뚱뚱해도 즐길 수 있는 종목이기도 합니다.

윤석열 캠프 제공

윤석열 캠프 제공


윤 당선인의 야구 관련 사진은 작년 11월 서울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1차전 때 다시 대량으로 공개됐습니다. 당시 윤 당선인은 한국 야구국가대표팀 야구 점퍼에 야구 모자를 썼습니다. 손에는 글러브를 들고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관전했지요. 그런데 야구팬들의 시선으로 볼 때 그 모습 또한 자연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지퍼를 열어젖히고 좌석에 편하게 걸터앉은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야구 아재’의 모습 그대로였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프로야구의 봄이 찾아왔습니다. 이제 윤 당선인은 당선인이 아닌 대통령의 신분으로 야구장을 찾을 것입니다. ‘야구광’ 윤 당선인이 대통령 재임 기간 야구장을 자주 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통령이 종종 야구장 나들이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국정이 잘 굴러가고, 나라가 편안하다는 의미일 테니까요. 야구팬들과 ‘치맥’을 함께하며 소통까지 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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