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정국의 캐스팅 보터인 정의당이 14일 더불어민주당에 4월 임시국회 처리를 유보해달라고 공개 요구했다. 강대강 진영 대결에 검찰개혁이 왜곡될 수 있다는 이유다. 검찰 개혁 추진을 위한 국회 논의 기구 설치도 제안했다.
정의당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서도 검찰 공화국을 연상시키는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윤 당선인의 거부권 행사를 막기 위해 다음달 3일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공포한다는 목표 아래 4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 처리를 공언해온 민주당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 회의에서 “검찰개혁은 정의당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검찰개혁을 왜곡하고 가로막는 강대강 진영대결은 중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검찰의 권력화가 절정으로 치달을 위험한 지금 검찰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민주주의를 향한 중요한 과제다”라면서도 “이렇게 해서는 검찰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 동력을 얻기는 커녕 검투사 한동훈을 불러 사생결단 진영대결만 심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무엇보다 지금 논란에 시민이 보이지 않는다. 검찰개혁 결과가 시민의 삶을 뒷받침하는 사법정의 실현과 시민인권 신장에 있다면 검찰개혁 과정은 시민의 공감과 참여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시민이 사라진 검찰개혁은 그 시작도 결과도 좋은 뜻일 수 없다”며 “진영의 권력다툼은 시민들에 줄 세우기를 강요하는 또 하나의 반민주적 행위일 뿐 공화국 법치질서일 수 없다”고 일각했다.
여 대표는 “검찰개혁은 시민을 향해야하고 시민과 함께해야 한다. 한동훈 지명으로 더욱 강대강 진영대결 치닫는 검수완박은, 4월 임시국회 강행처리는 국민적 공감과 동의를 얻기 어렵다”며 “검찰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실효성은 다수 시민이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는 충분한 국회 논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의당은 이런 이유로 중단 없는 검찰 개혁과 검찰 권력에 대한 실효적인 민주적 통제를 위해 그리고 검찰개혁의 최종 목표인 시민의 기본권 보호 등을 위해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며 “첫째 윤 당선인은 대통령과 검찰을 동일체로 상정하고 검찰공화국에 대한 우려를 현실화하는 한동훈 후보 지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 시절 검찰 중립성과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주장했던 말을 스스로 뒤집는 인사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여 대표는 “두번째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한 검찰개혁이 강대강 진영대결로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4월 임시국회 강행처리를 유보해달라. 검찰개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재고해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이어 “셋째 검찰개혁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한 국회 논의기구 설치를 제안한다”며 “1차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형사소송법 체제에 대한 심도 깊은 평가와 다수가 공감하는 합리적 대안을 마련위해 강대강 대결을 멈추고 당장 숙의와 여야 합의를 통한 검찰개혁을 추진하자”고 했다.
그는 “오늘 정의당의 제안을 양당이 조건 없이 수용해주길 요청하며 지난 대선 진영대결을 끝내고 시민과 함께하는 개혁의 새 길로 나아가기를 온 맘을 다해 호소 드린다”고도 말했다.
정의당은 국민의힘 최후의 방어선으로 꼽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대해서는 입장을 유보했다. 3대 요구사항 수용 여부 등이 향후 입장 정리의 준거가 될 전망이다.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대표단 회의 중 기자들과 만나 ‘필리버스터에는 동참 안하는 것으로 정해졌느냐’는 질문에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리버스터에 관련해서는 현재 법안이 상정된 단계도 아니고 법안처리 단계도 아니라 실제 법안이 발의되고 법안 처리 절차에 돌입하면 그와 관련해서는 오늘 정의당 입장을 말한 내용을 포함해 추진되는 진행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입장이 나온 것은 아니냐’는 추가 질문에 “네, 그렇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정의당의 도움 없이는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를 위한 정족수 180명을 채우기 힘든 상황이다.
친(親)민주당 성향 기본소득당과 시대전환 소속 의원 2명과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 6명을 합산하면 180석이다. 하지만 민주당 출신 이상직 무소속 의원이 이스타항공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돼 본회의 출석이 불가능하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넘기 위해서는 180석을 확보하거나 자당 출신인 박병석 국회의장의 동의를 얻어 회기를 짧게 잘라 이를 자동 중단시키고 다음 회기에 자동 표결을 붙이는 살라미 전술을 구사해야 한다.
이 수석대변인은 정의당은 ‘국민의힘도 TF를 구성해서 논의하자고 하는데 정의당도 같이 특위를 구성하는 방향으로 이해하면 되느냐’는 질문에 “국민의힘은 소위 검찰개혁에 관련해서 지연시키고 반대하는 측면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연 전술로 보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정의당은 검찰개혁에 일관되게 찬성하는 입장이다.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도 찬성하는 입장이다”며 “1차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보완점 개선점을 충분 논의할 필요하다. 언론중재법 사례처럼 논의 통해 안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정치적 진영대결과 정쟁을 피하는 게 민생에도 필요한 게 아니냐는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예방에서 공개적으로 협력을 요구하면 어떤 입장이냐’는 질문에 “예방을 지켜봐야겠지만 이 사안과 관련해 직간접적으로 공식 비공식 차원에서 정의당에 제안을 협의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후 예방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법무장관 지명 철회에 대한 입장을 전달할 거 같다”며 “오히려 지금의 진영대결 국면 해소를 위한 전향적 입장 전환이 촉구 될 거라 본다”고 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한동훈 후보자 임명 자체가 진영대결로 흐른다는 이유’에 대해 “여러 후보자들에 대한 문제점을 논평을 통해 문제제기했다”며 “이번 윤석열 정부에 대한 내각 인사에서 공식적으로 지명철회를 촉구하는 건 한동훈이 처음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서 말한대로 후보자 검증 영역에 대해선 청문회 절차를 밟아야겠지만 인사 자체가 상당히 정치적 정쟁을 촉발하는 것이고 진영대결 극한 강대강 대결로 가는 인사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결국 윤석열 당선자가 당선 일성으로 얘기한 국회와 소통 야당과 협치 대화를 안하겠다는 선언과 다름 아니기 때문에 지명철회해야 한다고 본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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