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내각 인선을 놓고 초기 구상을 하던 지난달 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에게 넌지시 물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보다도 앞선 시점이었다. 윤 당선인은 “이 사람 수사만 하기엔 정말 아깝다. 내 사사로운 인연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장 실장이 한 번 만나보라”고 했다고 한다. “법무부 장관 인선은 내게 맡겨 달라”던 윤 당선인의 의중이 처음 드러난 순간이었다.
특급 보안에 부쳐졌던 법무부 장관에 윤 당선인의 핵심 측근인 한 후보자가 지명되면서 정치권에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와 달리 한 후보자는 낙점 소식을 듣고 주변에 “내 입장에선 검찰을 전역하는 셈”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尹 지시로 장제원-한동훈 2시간 조찬
윤 당선인은 새 정부에서 ‘한동훈 활용법’을 생각하면서 수사를 총괄하는 자리에 한 후보자를 지명할 경우 ‘보복 수사’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점을 고심했다고 한다.
대선 후보 시절 윤 당선인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것도 ‘한동훈 법무 카드’를 염두에 둔 조치였다는 말도 나온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무색무취한 사람을 장관에 임명하려 했다면 수사지휘권 폐지 얘기를 굳이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의 마음속에는 일찌감치 한 후보자가 있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능력 있는 사람을 어떻게 적재적소에 쓸 것인지가 윤 당선인 고민의 핵심이었다”며 “국민들에게 비판받지 않을까를 고민한 게 아니다”고 했다.
한 후보자는 윤 당선인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사법제도’ 구상도 잘 이해하는 인물이다. 앞서 윤 당선인은 지난해 3월 여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반발해 “검찰총장이 아니라 법무부 장관 아래에 둬도 좋으니, 미국처럼 수사와 기소가 가능한 중점범죄수사청을 만들어 부패 대응역량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미 컬럼비아대 법학전문대학원(LLM) 출신인 한 후보자는 미국 뉴욕 주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2015년 서울중앙지검 초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 근무 당시 미국 연방 검찰과 재무부 금융범죄단속국(핀센·FinCEN)을 직접 접촉해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카지노 도박 혐의를 입증을 자료를 직접 협조 받아 법정에 제출하기도 했다.
장 실장은 윤 당선인의 지시로 최근 한 후보자와 2시간가량 조찬을 한 뒤 주변에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굉장히 합리적이고 부드러운 사람”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 “한동훈-민주당 의원 1대1 논전도 가능”
“칼(수사지휘권)이 아니라 펜(법무행정)을 쥐어줬다”는 윤 당선인 측의 설명에도 더불어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윤 당선인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공직자 인사검증 등 관련 기능까지 법무부가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법무부 장관의 상설특검 발동권은 여권의 검수완박 법안을 무력화할 파괴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이른바 ‘상설특검법‘에 따라 법무부 장관이 직권으로 특검의 수사를 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검 파견검사는 5명, 이외 공무원은 30명까지 둘 수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검찰보다 더욱 강도 높은 특검의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한 후보자가 최종 임명될 경우 법무부 장관 자격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민주당 의원들과 논전을 벌이는 상황도 연출될 수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 의원들은 윤석열 정부의 상징으로서 한 후보자에게 집중 공세를 쏟아낼 것이고, 논리적 언변을 갖춘 한 후보자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장면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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