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녀의 의대 편입학 특혜 의혹과 병역 판정 논란 등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직접 해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자진사퇴론을 일축하고 정면돌파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 후보자와 ‘40년 지기’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이날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느냐”며 현재로선 민주당 등에서 요구하는 지명 철회 요구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정 후보자 아들이 의대 편입에 활용한 논문 참여 실적을 둘러싼 의문이 이날 추가로 제기되는 등 사태는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도 “친구를 구하려다 민심을 잃는다”(박용진 의원)며 사퇴 공세를 이어갔다.
◇정 후보자 “자녀 의대 편입 교육부 조사 요청…병역 재검사받겠다”
정 후보자는 이날 오후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두 자녀 의과대학 편입학 논란에 대해 교육부에 조사를 요청하고 아들 병역 논란은 재검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국민께 심려를 끼친 점은 송구한 마음”이라며 고개를 숙이면서도 “그간 제기된 의혹들이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하고 있지 않고, 자녀 의대 편입이나 아들 병역 판정에서 후보자 본인의 지위를 이용한 어떠한 부당한 행위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육부의 철저한 조사가 최대한 신속히 이뤄지기를 요청한다”며 “병역 판정은 국회가 지정한 의료기관에서 아들의 척추질환에 대한 검사와 진단도 받겠다”고 했다.
자녀의 편입학 이력으로 사용된 경북대병원 자원봉사에 대해서는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굳이 청탁이 필요 없다고 했다. 아들의 논문 참여는 자료 검색과 번역 공로를 인정받아 공동저자로 인정을 받았으며, 자신은 담당 교수와 친분이 없다고 밝혔다.
두 자녀의 의대 편입학에 대해 학사·영어 성적 등 객관적인 점수가 높고, 주관성이 개입되는 면접·서류평가 점수가 낮아 특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아들이 4급 병역을 판정받을 때 서로 다른 3명의 의사로부터 검사와 진단을 받았으며, 특혜가 발생할 여지가 아예 없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자는 “앞으로 있을 인사청문회를 통해서도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더욱 자세히 해명하겠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보건복지 분야 정책적 구상도 소상히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춰 경북대는 18일 교육부에 감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경북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경북대 의대 입시는 학교의 명예를 걸고 공정하고 엄정하게 관리해 왔다고 자부한다”며 “정 후보자 자녀들의 편입학 특혜 의혹의 진실 규명을 위해 학생처·연구산학처·대외협력처·병원 등 각 부처로 이뤄진 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동시에 교육부에 감사를 신청키로 했다”고 밝혔다.
◇尹당선인 “부정의 팩트가 확실해야”…이준석 “청문회에선 당도 엄밀히 평가”
윤 당선인 측은 정 후보자 힘 실어주기에 나섰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진행된 정례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이 정 후보자와 관련해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의혹’이나 ‘정황’의 수준일 뿐 정 후보자나 자녀와 관련한 명확한 범법 혐의가 뚜렷하지 않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배 대변인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와 비교가 된다’는 언급에 “(조씨의) 명확한 학력의 위조, 위변조 사건은 이제 국민 앞에 확인된 사안들인데, 정 후보자가 받고 있는 많은 의혹에 과연 그에 준하는 범법행위가 있었는지는 상당히 중한 문제”라면서도 “지금까지 해명한 바로는 (범법행위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사례가 다르다고 저희는 판단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부실 검증’ 지적에 “정 후보자는 박근혜 정권 때 경북대병원장으로 임명됐을 때 검증을 했고, 문재인 정권 들어서도 검증을 했는데 그 자료를 우리가 받았고 추가 자료도 요청했다”며 “(부실 검증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인수위와 국민의힘 안팎에서도 신중하게 여론의 추이를 살피는 분위기는 유지되고 있다.
배 대변인은 “기자간담회를 지켜보고 국민과 정치권이 어떻게 판단하는지 더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했고,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도 이번 논란을 “정치적 대결 구도로는 보지 말아달라”면서도 “윤 당선인이 다양한 루트를 통해 민심을 경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인수위 인선에 저희가 따로 평가를 하지는 않지만 청문회를 하게 되면 우리 당 의원들이 입법부 소속으로 매우 엄밀한 평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18일 열릴 최고위원회의에서 불거진 의혹과 정 후보자의 해명을 토대로 이번 사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소탐대실 말고 지명 철회해야”…조국 “내 딸은 일기장까지 압수수색”
정 후보자 기자회견 이후에도 민주당은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신영현 민주당 대변인은 “‘게임의 법칙, 룰을 누가 만들었느냐’에 대한 국민적 의혹 제기에 대해 핵심 논점에서 벗어난 자기합리화, 입증 책임을 국민과 국회, 언론으로 돌리는 기자회견이었다”고 비판했다.
신 대변인은 “아들의 병역판정 4급이 당당하다면 MRI와 CT 영상자료부터 공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윤 당선인이 만약 지금 검찰총장이었다면 이 정도 의혹제기면 진작에 정 후보자의 자택과 경북대 병원에 전방위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겠나”라며 “친구를 구하려다 민심을 잃는다. 소탐대실하지 말고 정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당 전용기 의원도 윤 당선인을 향해 “위법이 있는지 없는지는 그때처럼 수사도 해보고 압수수색도 먼저 해보라. 그리고 그에 응당하는 행정처분과 학위 취소 등에 대한 기준을 그때 그 잣대로 현재를 보라”고 요구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전날(16일) 페이스북 글에서 “2019년 8월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로 전방위 압수수색을 했던 검찰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며 “(당시 검찰은) 내 딸의 중학생 시절 일기장까지 압수수색해 갔다”라고 적었다.
한편 정 후보자 아들은 경북대 의대 편입에 활용한 논문(수요연계형 데일리 헬스케어 실증단지 조성사업‘)에 연구보조원으로 참여했을 당시 15명의 연구원(연구보조원 포함) 중 가장 늦게 연구에 합류했고, 연구참여율도 30%대로 평균(50%)보다 낮았던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연구진 15명 가운데 논문 저자에 등재된 사람은 6명이고, 이 가운데 석·박사 과정생이 아닌 학부생은 정 후보자 아들이 유일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회견에서 “지도교수는 나와 친분관계가 없고 나와 아들의 관계도 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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