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월 들어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 제110주년과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공식 집권 10년을 기념하며 내부 결속에 집중한 데 이어, 내달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새로운 대남전략 수립에 몰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지난 15일 맞은 제110주년 ‘태양절’을 당초 예상과 달리 무력도발이나 열병식 없이 중앙보고대회 및 군중시위, 그리고 각종 공연을 개최하며 축제 분위기 속에 보냈다. 이는 지난 2월16일 제80주년 ‘광명성절’(김정일 국방위원장) 때와도 유사한 행보다.
전문가들은 올해 ‘태양절’과 ‘광명성절’ 모두 북한이 특별히 챙기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에 해당하는 데다 북한 스스로 ‘성대하게 경축’하기로 결정했단 점에서 고강도 무력시위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으나, 이 같은 관측은 일단 빗나간 셈이다.
다만 북한이 열병식을 준비하는 동향은 태양절 이후에도 계속 포착되고 있다.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따르면 지난 17~18일 평양 김일성광장과 미림비행장 일대를 촬영한 상업용 인공위성 사진에서도 열병식 및 관련 행사를 준비하는 북한군 병력과 주민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 군과 정보당국에선 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일을 맞는 오는 25일에 즈음해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이 열병식을 개최할 경우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등 각종 전략무기를 선보이고 전투기 등의 에어쇼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북 관측통 또한 “미림비행장엔 ‘화성-17형’의 이동식 발사대(TEL) 차량이 들어갈 만한 가건물이 여러 채 세워졌다”며 “순안·방현비행장에선 정비 중인 전투기·헬기 등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북한은 16일엔 김 총비서 참관 아래 단거리 전술탄도미사일인 ‘신형전술유도무기’를 시험발사했다. 지난달 24일 ICBM 시험발사 이후 한동안 뜸했던 무력시위를 태양절 다음날 곧바로 재개한 것이다. 북한은 이번 ‘신형전술유도무기’ 발사까지 올 들어 13번째(실패 1차례 포함) 무력시위를 벌였다
특히 북한은 이번에 시험한 ‘신형전술유도무기’가 “전술핵 운용”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달 초 김여정 당 중앙위 부부장, 박정천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 겸 당 비서의 담화를 통해 ‘핵전투무력’ 사용, 즉 대남 핵공격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그 실행수단까지 공개한 셈이다.
최근 북한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복구 등 7차 핵실험 준비 움직임 또한 ‘전술핵 실험’을 위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아울러 북한의 이번 ‘신형전술유도무기’ 발사는 18일 시작된 올 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훈련(CCPT)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북한이 당분간 우리나라나 미국을 겨냥한 일련의 무력시위를 통해 한반도 일대의 군사적 긴장을 높여가기로 방침을 정한 것 같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김 부부장 등이 이달 초 성명을 통해 강조한 ‘핵보유국’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라도 핵실험이나 ICBM 추가 발사 등의 고강도 도발을 감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 정보당국 또한 북한이 내달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에 즈음해 핵실험 등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북한이 언제 어떤 형태의 도발을 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전했다.
다만 김 부부장이 앞서 담화에서 ‘남한이 먼저 군사적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공격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던 만큼 직접적인 도발보다는 핵·미사일 관련 활동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추후 대남·대미 협상력을 높이려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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