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 처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예상치 못한 변수에 부딪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소집에 대비해 당 출신의 양향자 무소속 의원을 법사위원으로 보임했는데, 정작 양 의원 본인이 법안 처리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다.
민주당은 양 의원을 설득하는 동시에 추가 사·보임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양 의원이 법안 처리에 반대 입장을 고수할 경우 정의당이나 무소속 의원을 보임해 법안을 의결한다는 계획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법사위원으로 보임된 양 의원은 전날(19일) 직접 작성한 글을 통해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강행에 반대 입장을 냈다.
양 의원은 글을 통해 “저는 문재인 대통령 영입 인사다. 누구보다 문 대통령의 성공을 바라는 사람”이라며 “그래서 저는 이번 법안이 이런 방식으로 추진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첫 고졸 임원’ 출신인 양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광주 서구을에 당선됐지만 지난해 7월 지역 보좌진의 성비위 사건이 불거지며 책임을 지고 탈당했다.
양 의원은 “저는 민주주의는 소통과 협치라고 믿는 사람”이라며 “지금 행정부 강자인 윤석열 당선자는 소통하거나 협치하지 않는다. 입법부 강자인 더불어민주당도 똑같이 대응한다면 이 땅의 민주주의는 사라진다”고 우려했다.
이어 “저는 국가 이익을 위해 양심에 따라 이번 법안을 따르지 않겠다”며 “사법행정의 일선에서 선량한 국민이 고통받지 않을지, 저는 자신이 없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양 의원 글의 진위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지만 이날 양 의원이 직접 작성한 글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양향자 문건’에 대해 “본인이 내부적으로 주변 분들에게 자문을 구하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은 공식화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양 의원 본인이 직접 작성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게 알고 있다. 본인이 직접 최종적으로 확인해줘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양 의원의 돌발 행동에 민주당의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 처리 시나리오에 변수가 생겼다.
민주당은 양 의원의 법사위 보임을 통해 안건조정위가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비교섭(무소속) 1명으로 구성, 안건조정위 무력화 전략을 세운 바 있다.
안건조정위원 6명 중 4명의 찬성이 있어야 법안심사를 끝낼 수 있어서다.
하지만 양 의원이 민주당의 당론과는 다른 길을 가자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양 의원 설득 작업에 나선 상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뉴스1에 “박 원내대표가 양 의원과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양 의원 설득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비상수단도 강구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안건조정위에 가면 무소속 한 분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양 의원이 그 고민을 하고 계신다면 본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그에 따른 대책도 준비돼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비상수단은 양 의원 사임이 유력하다. 양 의원을 법사위원에서 사임한 뒤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이나 정의당 의원을 보임해 안건조정위를 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정의당은 법안 강행처리에는 반대하고 있지만 수사·기소 분리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어 절충안을 제시한다면 안건조정위 법안 의결에 동참할 것으로 민주당은 보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회 처리를 위해서나 국민의 동의를 위해서, 정확성,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면 당연히 (법안에) 반영해 최종적인 수정안을 만들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양 의원이 끝내 반대한다면 정의당 등 소속 의원을 사보임해 모시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사보임은 국회의장 권한이긴 하지만 박병석 의장이 의사일정 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보임까지는 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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