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21일 민주당이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는 데 대해 “나는 이런 법안처리 방식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비대위원은 이날 민주당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친전에서 “어제 민형배 의원이 수사기소 분리 법안의 신속 처리를 위해 우리 당을 탈당한다는 기사를 봤다. 근래 접한 어떤 뉴스보다도 놀랍고 당혹스러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응천 비대위원에 이어 이 위원도 소속 의원들에게 친전을 돌려 ‘검수완박’ 강행에 우려 입장을 전한 것이다.
이 비대위원은 “입법자인 우리가 스스로 만든 국회법 취지를 훼손하고 편법을 감행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며 “안건조정위원회는 다수당이 수적 우위를 내세워 일방적인 법안 처리를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위원회를 구성할 때 최다 의석을 가진 ‘다수당 소속 위원’과 ‘그 외 위원’을 같은 숫자로 맞추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민주당과 가까운 의원들을 안건조정위원으로 지정하며 본래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엄연한 민주당 의원이 탈당을 해 이 숫자를 맞추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너무나 명백한 편법”이라며 “아무리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입법자인 우리가 스스로 편법적 수단까지 정당화하며 용인해선 안 된다”면서 거듭 민 의원 탈당을 비판했다.
나아가 “위성정당 창당이 그랬다”며 “2년여가 지난 지금 우리는 수차례 위성정당 창당을 반성하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그 반성 위에서 우리는 대선 과정에서 정치개혁을 선언하며 위성정당방지법을 당론으로 채택하기도 했다”면서 지난 21대 총선 비례대표 위성장당 창당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이 비대위원은 “수사기소 분리라는 법안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편법을 동원하고 국회법 취지를 훼손하면서까지 강행하는 지금의 상황은 2년 전 위성장당 창당 때와 다르지 않는다”며 “국민들에게 이게 옳은 일이라고 설명할 자신이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 스스로 떳떳하지 않은 선택을 할 때 국민들은 우리에게 실망했다. 우리는 그런 선택들의 결과값으로 두번의 연이은 선거에서 뼈아픈 심판을 받았다”며 “또다시 같은 잘못을 반복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원하는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만든 법적 절차와 원칙들을 무시하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우리 스스로 민주정당이길 포기하는 것일지 모른다”며 “민주주의는 결과이기 이전에 과정이며 목적이 정당할 뿐 아니라 그 수단과 과정도 국민에게 떳떳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수사기소 분리 법안의 원내 입법 전략을 재고해 달라”며 “비교섭단체 의원들을 더 설득해 편법을 감행하지 않으면서 개혁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렵더라도 그 길을 가는 것이 민주당이라 믿는다”고 호소했다.
초선 의원인 이 비대위원은 검수완박에 신중론을 폈다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남편이 검사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신상털이와 함께 문자폭탄을 맞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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