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겸 주인도네시아 대사가 닷새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22일 오후 주재국인 인도네시아로 출국한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위해 지난 18일 우리나라를 찾은 김 대표는 이날까지 정의용 외교부·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 현 정부 당국자들뿐만 아니라, 내달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분야 주요 인사들과 만나는 등 ‘광폭행보’를 보였다.
김 대표는 박진 외교부·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 그리고 김성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안보분과 간사 등과 개별 면담을 진행했으며, 특히 19일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도 비공개 만찬을 함께했다.
김 대표는 이를 통해 우리 차기 정부에서도 한미동맹 관계를 계속 유지·발전시키고 대북문제에서 긴밀히 공조해간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김 대표의 이번 방한이 내달 20일쯤으로 예상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첫 방한을 앞두고 이뤄졌단 점에서 이를 계기로 추후 한미정상회담에서 다뤄질 대북정책 분야 의제를 조율도 진행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김 대표의 이번 방한이 북한의 지난달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재개를 계기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재차 높아진 상황에서 진행된 점을 감안할 때, 그가 방한과정에서 내놓은 대북 메시지를 두곤 ‘원론적이다 못해 지나치게 평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대표는 앞서 18일 노 본부장과의 한미 북핵수석 협의에서 ‘한미 공조를 통해 북한의 추가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면서도 Δ북한에 대한 적대 의도가 없고, Δ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는 바이든 정부가 작년 상반기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끝낸 뒤부터 일관되게 강조해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앞서 ‘대북 적대정책과 2중 기준 철회’를 대화 선결조건으로 제시한 뒤론 한미 모두의 대화 제의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방한을 포함해 김 대표 스스로 공개적으로 2차례나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거론한 사실을 감안할 때, 그의 ‘일관된 대북메시지는 오히려 “바이든 정부가 북한 문제 해결 방법을 찾지 못했음을 방증해주는 것”이란 평가도 있다.
일례로 김 대표가 이번 방한에서 우리 측과도 협의한 것으로 알려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추가 대북제재는 북한의 주요 우방국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러시아 가운데 어느 1곳만이라고 반대해버리면 실현될 수가 없다.
한편에선 김 대표가 올 전반기 한미연합 군사훈련 시작과 함께 방한했단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이는 “김 대표 출국 뒤엔 북한이 도발을 재개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북한은 한미훈련 시작 및 김 대표 입국 이틀 전인 지난 16일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참관 아래 전술탄도미사일인 ’신형전술유도무기‘ 2발을 시험발사했다. 게다가 북한은 오는 26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제90주년 기념 열병식을 준비 중인 상황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미 정부가 미군 전략잔산의 한반도 전개 등 북한이 추가 도발에 따른 구체적인 대응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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