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 후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역할을 할 가능성에 대해 “한반도 평화·통일·비핵화·민족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국민 한사람 뿐만 아니라 전직 대통령으로서 역할이 있다면 하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당선인 쪽에서 요구한다면 퇴임 후에도 대북특사 등 남북관계에 역할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통령의 미래 역할을 제가 얘기하기 어렵다”며 이렇게 기대섞인 답변을 내놨다.
그는 “(대통령의 퇴임 후 역할에 대한) 예단은 안 해주면 좋겠다”면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는 보통의 한 사람으로 있을 것 이렇게 봐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서 “이제 (나는)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지만 언제 어디서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마음을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임기 내 남북대화의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것과, 김 위원장에게 차기 정부에서도 남북 협력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한 점에서 상황에 따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공식적인 역할을 하기보다는 평화를 바라는 국민의 입장에서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는 원론적 답변이라는 시각이 더 우세하다.
이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 최근 북한의 핵실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도발 자제를 당부하는 내용이 담겼는가’라는 질문에 “잘 아시다시피 북한의 핵·미사일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며 “저희들도 임기를 마무리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어떻든 대결보다는 대화로 모든 국면이 넘어가야하지 않겠느냐는 강조된 말씀이 포함돼 있다”고 답했다.
북한의 풍계리 추가 핵실험 준비 움직임에 대해 이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풍계리에서 보이는 관찰된 활동들은 가까운 미래에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준비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며 “북한 움직임과 변화, 북한에서 나오는 메시지와 전략적 언술들을 계속 분석하면서 나름대로 필요한 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에 저희도 긴장하고 있다. 마지막 인수인계 과정이 있지만 조금도 긴장을 늦츨 수 없는 안보상황을 맞이하는 중”이라며 “북한 미사일 발사 시험이 계속되고 있고, 풍계리 핵실험 준비 활동도 확인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계속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친서를 받은 문 대통령의 반응에 대해서는 “담담하게 회신을 받으셨다”고 했다. ‘이번에 교환한 친서 가운데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과 관련된 언급이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지금은) 답방을 논의할 국면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5년 간 공들여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달리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국면에서 정권을 물려주게 된 소회에 관해 “안정된 한반도 상황, 조금 더 진전된 대화의 상태로 넘겨드리면 좋았겠다는 희망과 기대가 있었지만 거기까지 이르지 못한 아쉬움 남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충실히 현재 상황을 넘겨드려서 남북관계, 한반도 상황을 다음 정부가 잘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마지막 노력을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퇴임 전 이뤄진 남북정상 간 친서 교환이 한반도 정세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친서 내용 보면 희망적 표현들이 담겨 있는 것은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면서 “물론 이것이 당분간 상황 변화를 예고한 것이냐 여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엄중한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 희망적 표현이 담겨 있는 건 다행스럽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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