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 출연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방송 취지에 맞지 않는 섭외였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의 배경에 뿌리깊은 정치적 양극화가 있다고 분석했다.
22일 기준 유퀴즈 시청자 게시판에는 윤 당선인의 출연을 지지 혹은 비판하는 게시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제목 외에 게시글 내용은 운영자 외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다.
윤 당선인은 지난 20일 유퀴즈에 약 18분 동안 출연해 식성, 검사 생활 당시 일화, 취임을 앞둔 중압감 등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방송 이후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치인 예능 출연은 친근함을 더해 좋다”는 환영의 입장이 나오는 반면 “방송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섭외”는 비판적 입장도 거센 상황이다.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30대 남성 전모씨는 “예능은 예능으로 봐야 한다. 정부 출범 전에 국민과 가깝게 소통하려는 노력 중 일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가족이 유퀴즈에 출연한 적이 있다고 밝힌 이모(24)씨는 “모래 속에 진주를 찾는 유퀴즈의 섭외력을 믿고 있었는데 윤 당선인 출연은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돌이킬 수 없는 섭외였다”고 비판했다.
직장인 전모(28)씨도 “원래 유퀴즈는 길거리에서 평범한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특별한 얘기를 듣는 프로그램인데 윤 당선인을 초대하니 어색한 그림이 됐다”고 말했다. 최모(26)씨 역시 “출연진들이 어쩔 줄 모르는 느낌이 들었다”며 “아예 친근하게 다 내려놓고 방송할 것도 아니면서 정치인이 왜 예능에 출연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해당 프로그램이 문재인 대통령의 출연을 거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지난 21일 SNS에 글을 올려 “지난해 4월과 그 이전에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이발사, 구두수선사 등의 출연을 유퀴즈 측에 문의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CJENM 측은 “내부 확인 결과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지만 탁 비서관은 “당시 통화와 문자 기록이 있다”며 “거짓말”이라고 재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저변에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정치적 양극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논란이 지속되는 이유는 정치적 양극화의 결과”라면서 “윤 당선인은 아직 특정 당파를 대변하는 대통령으로 인식되고 있다. 당선 이후 국민을 통합하는 대통령 역할을 해나가는 것이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김옥태 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청와대와 방송사의 공방을 고려할 때, 균형성과 공정성의 논란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과정 상에 문제가 있었다”며 “양극화된 국민들 사이에 소금을 뿌린 격이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치의 예능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용진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는 “정치인들의 예능 출연은 외모, 성격 등 인간미에 집중하게 만들어 정치의 본질을 가릴 수 있다”며 “정치인의 인간미를 나타내는 건 필요한 부분이지만 정치적 성과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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