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검수완박 중재안 합의]
강원랜드 수사 6년만에 무죄 받아
북미 순방 취소했던 박병석 의장… 한밤 3~4차례 원내대표 회동 중재
“검찰 직접수사는 굉장히 피해가 많다. 나도 그랬고.” 여야가 22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놓고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로 극적 합의를 이룬 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강행에 반발해 온 국민의힘이 박 의장의 중재안을 전격 수용한 배경에 관심이 몰리자, 권 원내대표는 과거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으로 기소된 뒤 6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은 경험을 넌지시 언급했다. 권 원내대표는 “국가 공권력은 99명의 도둑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라며 “검찰의 직접수사는 불가피한 경우에만 최소한의 범위에서 해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거대 양당이 ‘강 대 강’ 대치를 멈추고 합의를 도출한 배경에는 ‘최종 키맨’으로 꼽힌 박 의장의 물밑 중재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직접 김부겸 국무총리와 전직 국회의장단, 법조계 주요 인사들을 일일이 접촉하며 해결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특히 김원기 전 국회의장 등이 ‘이 사안은 제대로 신중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우려를 표하면서 박 의장이 본격 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 의장은 당초 23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예정됐던 미국, 캐나다 순방을 전격 취소한 뒤 19일부터 심야와 새벽 시간을 이용해 3, 4차례 비공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중재했다고 한다. 특히 권 원내대표에게 “중재안을 받지 못하면 민주당안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강온전략’을 폈다고 한다. 그러자 권 원내대표도 양보안을 만들어 협상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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