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여야가 전격 합의한 검찰 수사권 조정 중재안에 대해 “이대로는 안 되고 조정이 필요하다. 법안 심사 때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지난해 3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치는 사회)”이라며 검찰총장직을 던졌던 윤 당선인이 합의안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이르면 28일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로 한 국회 상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이날 “윤 당선인은 국민 여론과 형사사법체계를 감안하면 (여야 합의안) 이대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또 “윤 당선인은 특히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범죄와 공직자 범죄 등을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한 데 대한 깊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22일 검찰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 가운데 부패·경제 범죄만 한시적으로 남기고, 이른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 뒤에는 이마저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중재안에 합의했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윤 당선인은 (추후 이뤄질) 법안 심사 과정에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의중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당선인은 일련의 과정을 국민이 우려하는 모습과 함께 잘 듣고 지켜보고 있다”며 “취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취임 뒤) 대통령으로서 책임과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취임한 이후에 국민들이 염려하는 헌법 가치 수호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여야 합의에 “면밀한 분석과 사회적 합의 없이 급하게 추가 입법이 되면 문제점들이 심하게 악화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시한 것도 윤 당선인의 뜻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24일 오후 “(법에) 심각한 모순점이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입법 추진은 무리”라며 “1주일로 시한을 정해 움직일 사안이 아니다.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협상안에 대해 재검토를 하겠다”고 했다. 이에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한 후보자와 전화 통화를 하고 중재안의 문제점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도 이날 “정치인들이 스스로 정치인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받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해상충”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과의 협상을 주도한 권 원내대표는 대책 마련을 약속하고 나섰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6대 중대 범죄 중 선거와 공직자 범죄를 사수하지 못했다”며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문제를 비롯해 이 부분에 대한 강력한 대책을 국민의힘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국회의장의 중재로 여야 원내대표가 서명한 합의안을 뒤집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 국민의힘의 고민이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합의안 수정을 논의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민주당은 “여야 합의 내용을 파기하기 위한 밑자락을 깔고 있지 않은지 우려스럽다”며 반발했다.
尹 “이대론 안돼… 조정 필요” 검수완박 합의안에 깊은 문제의식
“국민 여론과 형사사법 체계 전반을 감안하면 (여야) 합의안대로 가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전격 합의한 검찰 수사권 조정 중재안을 검토하면서 “국민의힘이 의원총회 등을 통해 법안을 논의하고 (그 결과를 통해 추후) 법안 심사에서 재논의가 필요하다”며 핵심 측근에게 이같이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여야 합의안에 대해 “존중한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윤 당선인의 의중은 검찰 수사권의 단계적 박탈을 담은 합의안에 대해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 첫 검찰 출신 대통령인 윤 당선인이 합의안에 부정적인 기류를 내비치면서 국민의힘 내부는 물론 국회 전체에 거센 후폭풍이 일 가능성이 커졌다.
○ ‘검수완박’에 총장직 던졌던 尹, 합의안에 우려
22일 오후 여야가 검찰의 직접수사권 폐지 등을 담은 중재안에 합의한 이후 윤 당선인은 시민사회, 법조계 등의 비판 여론을 주의 깊게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윤 당선인의 친정 격인 검찰이 들끓고 있다는 점에서 윤 당선인도 합의안을 거듭 면밀히 검토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3월 검찰총장직을 던지며 “검찰 수사권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는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나 22일 여야 합의에 윤 당선인이 별도 메시지를 내지 않고, 오히려 인수위가 “여야 합의 존중”을 밝히자 법조계에서는 “윤 당선인이 이 문제를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검찰총장이 할 수 있는 발언과 대통령 당선인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발언에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이어 “여야 원내 합의를 존중한다는 인수위의 22일 입장도 윤 당선인의 의중이 명확하게 담긴 이야기가 아니었다”며 “실무자나 인수위원 차원에서의 판단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실제로 윤 당선인은 공직자와 선거 범죄에 대한 검찰 직접수사권이 제외되는 데 심각한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안대로라면 다음 달 10일부터 집권 여당이 되는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의 선거법 위반 의혹이 불거져도 검찰의 직접수사가 불가능한 만큼 ‘합의가 아니라 야합’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역시 이날 “정치인들이 스스로 정치인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받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해 상충 아니겠느냐”며 “많은 국민, 지식인들이 그래서 분노하고 계신 것”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의 핵심 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여야 합의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이런 윤 당선인의 뜻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한 후보자는 “2021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형사사법) 제도에서조차 서민 보호와 부정부패 대응에 많은 부작용과 허점이 드러났다”며 “면밀한 분석과 사회적 합의 없이 추가 입법이 이뤄지면 문제점들이 심각하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 험난한 ‘여소야대’, 중진들에게 기대 거는 尹
윤 당선인 측은 “국민의힘이 의원총회 등을 거쳐 의견을 추가 수렴해 추후 법안 심사에서 (합의안의) 문제점들이 개선되기를 바라는 게 윤 당선인의 의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국회 상황이다. 당장 국민의힘 내에서는 “국회의장 중재로 여야 원내대표가 서명한 합의안의 골격을 흔들기는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171석의 민주당을 상대로 의석수가 열세인 국민의힘이 독자적인 입법에 나서기도 어렵다. 그러나 윤 당선인의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결국엔 국민이 곧 주인”이라며 합의 번복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기류다.
윤 당선인은 이번 검수완박 합의안을 비롯해 향후 파급력이 강한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원내 지도부가 경험이 풍부한 당내 중진들과 충분한 숙의를 거쳐주길 희망하는 분위기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물론 정진석 국회 부의장, 김기현 전 원내대표,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한 당내 주요 중진들이 머리를 맞대 해법을 모색해 달라는 취지다. 권영세 후보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과 검찰의 보완 수사권을 보호하려던 권 원내대표의 충정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다만 일반 국민의 기준에서 볼 때 이번 합의는 미흡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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