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투 톱’인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24일 검찰 수사권 조정 중재안을 놓고 이견을 드러냈다. 권 원내대표가 합의해 온 중재안에 대해 이 대표가 이틀 만에 재협상 필요성을 언급하며 불협화음을 낸 것.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22일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중재안을 두고 “심각한 모순점들이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입법 추진은 무리”라며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협상안에 대해 재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협상을 주도했던 권 원내대표에 대해선 “최선의 협상을 하셨다”며 “저는 권 원내대표를 신뢰하며 국민의 입장에서 새로운 협상을 하시는 과정을 적극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권 원내대표를 추켜세우면서도 공개적으로 “새 협상”을 언급하며 사실상 재협상의 필요성을 공론화한 것.
이에 대해 권 원내대표는 이날 “협상은 내 소관”이라면서도 “최고위에서 충분히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주변에 밝혔다고 한다. “정치권이 스스로 선거 범죄 등 수사를 피하려고 야합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자 권 원내대표는 23일과 24일 세 차례에 걸쳐 “실망하신 국민께 죄송하다”며 사과의 글을 올렸다. 23일에는 페이스북에 “더불어민주당이 제출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의 숨겨진 가장 큰 독소조항은 검찰의 직접수사권뿐만 아니라 보완수사권까지 완전히 폐지한다는 것”이라며 “강경 투쟁으로 끝까지 갔다면 아무것도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 과정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은 지켜냈다는 의미다. 다만 그는 “6대 중대범죄에서도 ‘선거, 공직자 범죄’까지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남기자고 제안했지만 민주당의 요구를 이겨낼 수 없었다. 국민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권 원내대표는 24일에도 “의석수가 부족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실망하신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는 “대안 없는 투쟁은 정치인 개인의 인기를 올려줄지 모르지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는 아무도 보상해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앞서 권 원내대표는 22일 의원총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낸 중재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민주당의 ‘검수완박’ 원안 통과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반대 의견을 낸 의원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권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터놓고 소통하고 있는 사이라 당내 설득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권 원내대표는 윤 당선인에게도 원내 상황과 함께 중재안 수용 이유를 직접 설명했다고 한다. 23일 합의안에 대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입장 표명 또한 권 원내대표와 사전에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필리버스터 예고 등 끝까지 반대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던 국민의힘 의원들이 선뜻 중재안에 동의한 것에 대해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다. 법조계 관계자는 “여야를 막론하고 자신들이 연루된 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보다는 경찰 수사를 원하기 때문에 이번 합의가 쉽게 이뤄진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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