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퇴임을 2주 앞둔 25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마지막 간담회를 갖고 임기 5년간 소회를 전하고, 퇴임 후 계획 등에 대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부터 한 시간 가량 청와대 녹지원에서 진행된 행사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인사 논란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퇴임 후 일정에 대해선 “아무런 계획을 하지 말자는 것이 지금 저의 계획”이라며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갈 것임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과 출입기자들과의 직접 대면은 지난해 5월 10일 이후 약 1년 만이다.
● 조국 질문에 “선거 과정 부담으로 작용, 송구”
이날 내내 웃음을 잃지 않던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과 윤 전 총장 등 인사 논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공개적으로 드렸던 말씀 외에 추가할 이야기가 있다면 나중에 회고록에서나 해야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어쨌든 우리 인사에 있어서 때때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그것이 이번 선거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했던 점은 국민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조국 사태에 대한 파장이 이번 대선 정국에서 부담이 됐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한 것.
문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는 것과 관련해선 “혹시라도 ‘청와대 시대’를 끝내는 것이 그동안의 우리 역사, 또는 청와대의 역사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때문에 청산한다는 의미로 쓰인다면 다분히 우리 역사를 왜곡하고 우리의 성취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대통령은 과(過)가 더 많아 보이기도 하고, 사법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심판을 받았던 그런 대통령들도 있었다”면서도 “이승만 대통령부터 지금까지 우리 역사를 총체적으로 평가한다면 2차 세계대전 이후에 가장 성공한 나라가 대한민국이고 그렇게 평가 받고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 “퇴임 후 현실 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싶어”
문 대통령은 퇴임 후 계획에 대해 “그냥 평범한 시민, 평범한 국민으로서 가고 싶은 데 가보고, 먹고 싶은 데 있으면 찾아가서 먹기도 하고, 여행도 다닐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퇴임하면 잊혀진 삶을 살고 싶다고 했는데 은둔생활을 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현실 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특별히 주목을 끄는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하루에 한 번씩은 시골까지 찾아온 분들이 고마워서 그분들과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저는 그렇게는 안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다음 달 9일 오후 6시 청와대를 떠나는 것에 대해선 “마지막 날 밤을 청와대에서 보내지 않는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그런 부분을 신구(新舊) 정권 간의 갈등, 그렇게 표현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윤 당선인이 다음 달 10일 청와대를 개방하겠다고 밝히면서 일각에서 문 대통령이 어쩔 수 없이 전날 청와대를 떠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취지로 처음 입장을 밝힌 것. 문 대통령은 과거 얘기도 꺼냈다. “노 전 대통령이 마지막 날 밤 청와대에 있는 것이 좋아서 (계셨던 것은) 아니다”라면서 “청와대에 새 대통령의 팀이 입성할 때까지 노 전 대통령은 초과 근무로 그 시간까지 책임지겠다는 생각으로 계셨던 것”이라고 한 것. 이어 “좀 담담하게 이것(청와대를 떠나는 것)을 봐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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