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퇴임을 2주 앞둔 25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마지막 간담회를 갖고 임기 5년간의 소회와 퇴임 후 계획 등에 대해 밝혔다. 문 대통령과 출입기자들의 직접 대면은 지난해 5월 10일 이후 약 1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이후 공개된 jtbc ‘대담―문재인의 5년’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수사한 것을 두고 “공교로운 부분이 많다”고 꼬집었다. 윤 전 총장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에 대해선 “아이러니한 일”이라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 “尹 당선인, 상대 당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이상한 모양새”
문 대통령은 이날 jtbc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을 검찰총장에) 발탁한 것이 문제였나, 혹은 우리 편으로 했어야 됐나 잘 모르겠다”며 “결과적으로 다른 당(국민의힘) 후보가 돼서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상한 모양새가 된 것은 사실”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당시 윤석열 검사는 아주 결기 있는 강골 검사로서 신망이 높았다”며 “그런 기대로 검찰총장으로 임명했던 것”이라고 떠올렸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선 “그 사람, 그 가족이 겪은 고통은 마음이 아프다”라고 표현했다. 이어 “당시 흐름을 주도한 게 차기 대통령(윤석열)이기 때문에 제가 섣불리 판단하긴 어렵다”며 “검찰로서는 범죄 단서가 있으면 수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동시에 “공교로운 부분이 많아서 그게 목적이나 의도가 포함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이고 아직은 단정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또 “우리 정부처럼 이른바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부정한 금품을 받고 정권을 농단한다든지 부당한 이권, 특혜를 준다든지 이런 일이 전혀 없었지 않았느냐”며 “아직 재판 중이지만 직권 남용했다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선 인사 논란과 관련해 “우리 인사에 있어서 때때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것이 이번 선거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했던 점은 국민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 尹, 민정수석실 폐지에 “모든 제도 다 이유 있어, 걱정돼”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이 ‘민정수석실을 없애겠다’고 한 것에 대해선 “얼마나 잘 운용하느냐가 문제인데 하여튼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모든 제도는 다 이유가 있다”며 “그게 문제가 있지 싶어도 문제가 있는 제도가 운영되는 건 다 오랜 연유가 있는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또 “민정수석실의 역할이 있다. 완전히 기대만큼 해내지 못한다고 해도 기능을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날 차분히 인터뷰를 이어가던 문 대통령은 대선 패배 요인을 묻자 한숨을 내쉰 뒤 “우리 정부에 대한 평가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민주당 후보가 강점을 갖는 정책 가치가 묻힌 결과가 됐다”며 “그런 점에서 굉장히 아쉽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대선 패배 요인으로 정권교체론이 가장 컸다는 지적에는 “저는 한 번도 링 위에 올라가본 적이 없다. 입도 뻥긋할 수 없었다”며 “마치 (제가) 선거 졌다고 말하는 건 조금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해선 “임기 내내 가장 무거운 짐이었다”면서도 “적어도 우리하고 비슷한 수준의 나라들 가운데서는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 상승 폭이 가장 작은 편에 속한다”고 다소 억울한 심경도 내비쳤다. 일부 청와대 참모들이 부동산 등의 문제로 내로남불 비판을 받은 것과 관련해선 “우리가 보다 높은 도덕성이나 개혁을 말한다면 스스로 솔선수범의 모범을 보여야 했다”면서도 “부동산의 보유나 투기 모든 면에서 보면 늘 저쪽이 항상 더 문제인데 저쪽의 문제는 더 가볍게 넘어가는 이중 잣대도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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