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과 관련한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민주당의 4월 국회 법안 처리가 힘을 받게 됐다.
문 대통령이 중재안을 기반으로 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넘어오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만큼 민주당 지도부는 26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안 심사를 신속하게 마치고 법안의 본회의 의결에 주력할 전망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의장에게 “좌고우면하지 말아달라. 중재안을 최종 수용한 정당 앞에 서겠다는 약속을 했고 어렵게 여야가 추인한 중재안의 무게를 아는 만큼 이젠 본회의를 열어 중재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용민 의원 등 당내 강경파는 국민의힘이 합의를 파기한 만큼 원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지도부는 중재안 처리로 방향을 정했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내 원안 처리 주장에 대해 “의장이 처리하겠다는 법안은 합의된 법안이다. 각자 입장은 있지만 의총에서 정해진 당론을 따를 거라 본다”고 일축했다.
더욱이 문 대통령은 전날(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2일)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로 이뤄진 양당 간 합의가 저는 잘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여야 중재인 합의 이전인 지난 18일 김오수 검찰총장과 만나 “개혁은 검경의 입장을 떠나 국민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 국회의 입법도 그래야 한다”며 우려를 나타낸 것과는 달라진 분위기다.
박 의장의 중재안은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 중 부패·경제에 대한 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 출범 전까지 남겨두는 등 원안에 대한 우려를 반영했고, 여야 원내대표가 서명까지 함으로써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수사권, 기소권이 당장 완전히 분리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로서는 끝까지 다 가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중재안이) 불만스러울 수 있고, 반대로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에 반대하는 분들은 그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불만일 수 있겠다”면서 “그러나 서로 조금씩 불만스럽더라도 한 걸음씩 양보하면서 서로 합의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우리 의회민주주의에도 맞는 것이고 앞으로 계속해 나가야 할 협치의 기반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렇듯 문 대통령의 지원사격까지 받은 만큼 법안의 4월 처리를 위해 속도전에 나서기로 했다. 이날 오후 1시 열리는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박 의장의 중재안을 바탕으로 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심사를 마치고, 법사위 전체회의까지 열겠다는 방침이다.
법사위 간사이자 제1소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법사위 소위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문에 반영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조항조차 ‘반영할 필요가 없다’, ‘단지 선언에 불과하다’는 말을 이어갔다”며 “오늘 오후 1시에 법사위 논의에서는 절대 그렇게 운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하면 박 의장도 민주당의 본회의 상정 요청을 거부할 명분은 마땅치 않다. 의장실 관계자는 “의장님은 중재안을 받는 당과 일정을 함께하겠다고 하셨다. 합의한 내용으로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올라오면 의장님이 처리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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