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의 캐스팅보터로 꼽혀 온 정의당이 26일 더불어민주당과 사실상 손을 잡기로 하면서 민주당으로선 4월 국회 내 법안 처리에 청신호가 켜졌다. 민주당은 이날 ‘연말까지 검찰의 선거범죄 수사권을 존치시키자’는 정의당 측 수정안을 반영한 법안을 법사위에 상정했다.
정의당의 협조로 국민의힘 측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강제 종결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낸 민주당은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단독 의결한 뒤 이르면 27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 정의당 “합의안 당연히 찬성”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26일 “합의안이 본회의에 올라오면 당연히 찬성”이라고 했다. 배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양당 원내대표와 의장님께서 중재를 했고 그 중재안에 대해서 양당 의총서 인준을 받고 만들어진 합의안”이라며 “이 합의안에 대해 정의당은 4월 국회 내 처리돼야 한다고 이미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의 가세로 법안 처리는 본회의 상정 이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의 종결은 재적의원의 5분의 3 이상(180석)이 찬성해야 가능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 171명이 한 명의 이탈자도 없이 전원 찬성한다는 전제 아래 박 의장 등 민주당 출신 무소속 6석에 기본소득당 1석,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 등을 모두 모아도 179석으로 한 석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의당(6석)이 가세한 것”이라고 했다. 이로써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맞대응 카드로 고려했던 ‘회기 쪼개기’를 위한 수 싸움의 부담도 덜게 됐다.
국민의힘은 일단 필리버스터를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법안을) 강행 처리하면 필리버스터 등 국회법이 정한 모든 절차와 수단을 사용하겠다”고 했다.
필리버스터는 국민의힘이 본회의가 열리기 전 신청하면 시작된다. 이어 민주당이 필리버스터 종결을 신청하면 24시간 뒤 무기명 투표를 진행해 재적의원의 60% 이상이 찬성할 경우 곧장 해당 법안에 대한 표결을 하게 된다.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각각 진행하더라도 사흘이면 두 법안을 모두 처리할 수 있는 것. 박 의장이 당장 27일 본회의를 열지 않더라도 주말에도 본회의를 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음 달 3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마지막 국무회의까지 약 일주일의 여유가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제 이탈표가 생기지 않도록 본회의까지 내부 단속을 철저히 하면 된다”고 했다.
○ 尹 정부 출범 앞두고 협치 부담
민주당과 정의당이 손을 잡으면서 윤석열 정부는 쉽지 않은 정권 교체기를 맞게 됐다. 당장 새 내각 인사청문 대상의 첫 타자인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청문회가 26일 파행으로 끝난 데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을 일찌감치 ‘낙마 리스트’에 올려두는 등 줄줄이 충돌을 예고한 상태다.
새 정부의 내각 구성이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주요 굵직굵직한 사안들도 180여 석을 지닌 ‘거야(巨野)’의 도움 없이는 국회 문턱을 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
민주당은 연일 국회 협치 파기의 탓을 윤 당선인 측을 향해 돌리며 공세 수위를 올렸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은 합의 파기에 모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입법을 비롯해 모든 국회 상황에 대해 대통령 재가를 받을 작정이냐”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에도 “윤석열 인수위와 국민의힘의 오락가락 말 바꾸기는 국회 합의를 모독하고 여야 협치를 부정하는 도발”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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