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측, 與입법 강행에 ‘국민투표’ 맞불…정국 반전 위한 승부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7일 21시 18분


“(문재인) 대통령께서 더불어민주당과 야합을 한다면 국민들께 직접 물어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은 27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추진하려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장 실장은 “차기 정부가 탄생을 했는데도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의회 독재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국민들께 직접 물어봐야 되는 거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의석수 열세로 더불어민주당의 법안 강행을 막을 수 없는 데다 더는 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국민투표라는 맞불을 놓은 것이다. 다만 윤 당선인이 취임 후 실제 국민투표에 부치려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야만 한다. 이에 윤 당선인 측이 정국 반전을 꾀하기 위해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형사사법 근간 변경 국민투표해야” 장제원 총대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4.26/뉴스1 © News1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4.26/뉴스1 © News1
윤 당선인 비서실 관계자들은 이날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비공개 회의를 열어 “국민에게 법안에 대한 찬반을 직접 묻도록 윤 당선인에게 제안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이 아직 대통령에 취임하지 않은 만큼 법률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고, 민주당의 강공을 저지할 수단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꺼내든 대책이다. 윤 당선인의 법조계 지인과 원로들로부터도 “검수완박이라는 ‘헌법 파괴’ 행위에 대해 국민투표로 찬반을 물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고 한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기 전에 국민투표 얘기를 꺼낸 것은 문 대통령을 향해 ‘더 숙의해서 결론 내리라’고 압박하는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은 차기 정부와 의논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해야 할 일”이라며 “문 대통령이 헌법정신 수호를 위해 (검수완박 법률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국민투표에 대해 처음 공개적으로 운을 뗀 것은 장 실장이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당선인에게 국민투표를 부치는 안을 보고하려 한다”고 총대를 멨다. 국회 본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윤 당선인이 직접 나서 파란을 일으키는 모양새는 피하려는 의도다.

●6·1지방선거와 연계…정치적 리스크 우려도
윤 당선인 측이 검수완박 법안 찬반에 대한 국민투표를 6·1지방선거와 연결지으면서 향후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장 실장은 이날 “비용적 측면에서는 지방선거 때 함께 치른다면 큰 비용을 안 들이고 직접 물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를 두고 윤 당선인 측이 한 달여 앞둔 6·1지방선거까지 민주당의 ‘입법 폭주’ 프레임을 이어가 지지층을 총결집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국민투표를 하려면 현실적 난관이 되고 있는 국민투표법의 개정에 드라이브를 걸고, ‘실질적인 정권교체를 해 달라’고 국민에 호소하는 게 윤 당선인 측으로는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현행 헌법상 검수완박에 대한 찬반을 묻는다는 게 국민투표 요건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정치적으로 좋은 카드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무엇보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현행 국민투표법에 대한 개정 없이는 국민투표가 불가능하다. 여기에 윤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기도 전에 여야가 한때 합의했던 법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꺼내든 데 따른 리스크도 크다. 자칫 국민투표가 곧 윤 당선인에 대한 재신임 여부를 묻는 성격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실제로 국민투표로 가게 될 경우 사실상 윤 당선인에 대한 재신임 투표로 흐르며 반대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역효과도 분명 있다”면서 “0.73%포인트 차이로 대선에서 신승했던 점을 감안할 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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