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내달 20~24일 韓-日 방문, 인도태평양 국가들과 외교 확대” 尹측 “동맹-대북-경제안보 현안 협의”… 바이든 ‘對아시아 공개 연설’ 계획 中 “역내국가 협력 해쳐선 안돼” 반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이 다음 달 21일 서울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다음 달 10일 윤 당선인 취임 이후 11일 만에 열리는 ‘초고속 정상회담’이다.
한국 일본을 연이어 방문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첫 아시아 순방지인 한국에서 ‘대(對)아시아 연설’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27일(현지 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 달 20∼24일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도 28일 “다음 달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특히 “(이번 방문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에 대한 확고한 약속과 한국 일본과의 조약 동맹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음 달 12, 13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포함해 1년 넘게 이어온 인도태평양 국가들과의 집중적인 외교를 확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 핵심 목표가 중국 견제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기간 중 아시아 지역을 향한 공개 연설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주 바이든 대통령 방한에 앞서 한국을 찾은 미국 측 답사단은 일반 청중을 대상으로 연설할 수 있는 서울시내 주요 대학 등을 둘러봤다. 한국 국민과 정부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전역에 중국 견제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하겠다는 의도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영향력에 대항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공급망 협력 중요성 등을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윤 당선인 취임 직후 열리는 만큼 한미 동맹과 북핵 문제, 경제안보 등에 대한 협력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한일 관계 개선 및 한미일 군사 협력 강화 등도 의제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배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 방한에 대해 “한미 동맹 발전 및 대북 정책 공조와 함께 경제안보, 주요 지역적·국제적 현안 등 폭넓은 사안에 관한 깊이 있는 협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에 대해 “(중국을 배제하는) 배타적인 소그룹을 만들고 역내 국가의 상호 신뢰와 협력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내달 21일 한미정상회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 달 20일 시작되는 아시아 순방에서 첫 번째로 한국을 택한 것은 윤석열 정부 취임에 맞춰 확실한 한미동맹 강화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특히 외교가에서는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한반도에서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겠다는 선포의 의미도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에서 ‘대(對)아시아 연설’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에 미국이 귀환했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뒤 일본으로 가 쿼드(Quad)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등 중국 견제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 尹 취임 11일 만에 정상회담
한미 양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 달 20일 오후 한국에 도착하는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윤 당선인을 만나고 22일 낮 일본으로 떠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회담은 역대 한국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이른 11일 만에 열린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51일 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후 71일 만에 각각 미 대통령과 첫 회담을 가졌다.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핵심 관심 사안을 우선적으로 논의할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조만간 본격화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와 한일 관계 개선,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등이 의제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다음 달 핵 실험 등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확장 억지력 강화 등 북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해법도 집중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한 한미정책협의단은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과 양국 외교·국방장관이 참여하는 ‘2+2 회담’ 개최를 제안했다.
미국 측은 특히 이번 방한에서 ‘대아시아 메시지’ 발신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2월 ‘인도태평양전략(IPS)’ 보고서를 발표하고 아시아 지역에서 본격적인 중국 견제 행보를 예고한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이 첫 아시아 순방지인 한국에서 연설을 통해 미국의 인태 전략을 밝히면 중국 압박 동참을 망설이는 아시아 국가들에도 확실한 메시지가 전달될 거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공급망 협력 등 경제안보가 주요 언급 사항이 될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중국도 외교적 움직임에 나섰다. 외교부는 이날 “다음 달 3일 류샤오밍(劉曉明)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방한해 한중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류 대표가 방한하는 것은 지난해 4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쿼드와 관련해 “낡은 냉전적 사고로 가득 차 있다”며 “군사적 대결의 색채가 짙고, 시대적 흐름에도 역행해 인심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용산 집무실’에서의 첫 외교 이벤트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윤 당선인이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 중인 서울 용산 집무실에서 열리는 첫 외교 이벤트가 될 예정이다. 미국 사전 답사단은 지난 주말 정상회담과 만찬 등 부대행사를 위한 장소로 국방컨벤션센터, 전쟁기념관, 국립중앙박물관 도서관 등을 둘러본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은 국방부 청사 대통령 집무실을 정상회담 장소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의 ‘용산 시대’ 의지에 호응한다는 차원이다. 백악관은 주한미군 평택기지인 캠프 험프리스와 삼성 반도체 공장 등을 방문하는 일정 역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기간에 퇴임한 문재인 대통령도 만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윤 당선인과의 일정을 마친 뒤 문 대통령도 만나는 방향으로 일정을 조율 중”이라며 “한미동맹에 대한 신뢰 차원”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미국 워싱턴에서 만난 바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