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좋다는 모든 것을 버리고 제가 총리 지명 제의를 받아들인 것이다.”(한덕수 총리 후보자)
윤석열 정부 첫 내각 인사청문회 ‘슈퍼위크’ 첫날인 2일 민주당과 한 후보자는 각종 의혹과 쟁점을 두고 정면으로 맞붙었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를 향해 “전관예우의 끝판왕”이라며 파상공세를 폈지만, 2007년에 이어 두 번째 총리 인사청문회를 치르는 한 후보자도 물러서지 않고 적극적인 해명을 펼쳤다.
●민주당 “韓, 전관예우·회전문 인사 끝판왕” 맹공
이날 청문회에서는 한 후보자를 둘러싼 법무법인 김앤장 고액 수임료 등 전관예우 및 이해충돌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은 공직과 김앤장을 수차례 오간 한 후보자의 경력을 문제 삼아 “회전문 인사 군계일학(群鷄一鶴)”(김의겸 의원) 등의 표현을 써가며 파상공세를 펼쳤다. 한 후보자가 공직 시절 정부 사업을 수주한 외국계 기업에게 서울 종로구 단독주택을 임대한 것이 이해충돌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 김회재 의원은 “(외국계 기업으로부터 받은) 고액의 월세가 대가성이 있지 않나, 국민들은 의혹 제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한 후보자 배우자가) 아마추어 작가인데 그림을 10여 점 팔아서 1억원 수입을 올렸다. ‘한덕수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라며 ‘남편 찬스’ 의혹을 제기했다.
또 민주당은 한 후보자가 배우자 그림 거래 내역, 임대소득 내역 등의 자료를 고의로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강병원 의원은 “범칙금 내역, 주택자금 대출 내역, 주민등록지 변동 현황에 대해 개인정보 제공 미동의로 제출을 거부하는게 정상적인가”라며 “국회와 국민을 모욕하는 일”이라고 했다. 당초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지난달 25일 시작됐지만 민주당이 자료 제출 미흡을 강력하게 문제 삼으면서 순연 끝에 이날 다시 열렸다.
●韓 “나가도 너무 나갔다” 정면 반박
한 후보자는 민주당 의원들의 질문 공세에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김앤장 고문 경력을 문제삼는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에 “전관예우, 이해충돌이 일어난 일은 안 했다”며 “(김앤장 고문으로 일한 것은) 소위 공공외교를 하던 것에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봤다”고 했다. 또 외국계 기업과 맺은 임대차 계약과 관련해서는 “2007년 (노무현 정부 총리) 인사청문회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나왔다”며 “그 때 다 검증됐다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배우자 ‘남편 찬스’ 의혹도 적극 해명했다. 한 후보자는 “배우자는 거의 프로”라며 “집사람은 제가 공직에 있을 때 단 한번도 전시회를 안했다. 제 덕을 보려 했다면 제가 공직에 있을 때 전시회를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후보자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과는 언쟁에 가까운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정부와 론스타간 국제투자분쟁 과정에서 한 후보자가 론스타에 유리한 진술을 했다는 민주당 이해식 의원의 주장에 “정말 잘못 이야기 하신 것”이라며 언성을 높였고, “한 후보자가 김앤장 고문으로 있는 것만으로도 현직에 있는 공직자들은 설설 기게 된다”는 강 의원의 주장에도 “나가도 너무 나가신 것”이라고 맞받았다. 다만 김앤장 고액 수임료 논란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으나 국민 눈높이에서 봤을 때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소야대 정국이 펼쳐지는 만큼 협치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 후보자는 “민주당과 대화를 하기 위해 구두 뒤꿈치가 닳도록 뛰어다니겠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에는 저와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분들이 많다”고도 했다. 민주당이 집권했던 노무현 정부에서 각종 고위직을 지냈다는 점을 통해 향후 국회 인준 투표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협조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총리는 다른 국무위원 후보자와 달리 국회 인준 투표를 거쳐야 최종 임명된다. 한 후보자의 청문회는 3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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