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9월 23일 오후(현지시간) 뉴욕 인터콘티넨탈 바클레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SMA) 협상 과정에서 기존 5배 규모의 인상을 거부한 것을 두고 “아마 내가 그렇게 버틴 게 다른 나라들에도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4일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 49번째 편에서 ‘두 대통령의 위트에 담긴 각각의 진심’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줄리언 젤리저 프린스턴대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 대선 패배를 회고하며 “내가 선거에서 이기지 못해 문 대통령이 가장 행복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올리라고 한 게 자신이기 때문이라며 당시 부국이 된 한국에 ‘돈을 더 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문 대통령이 계속 ‘안 된다’며 버텼다고 했다.
이 같은 인터뷰는 지난달 7일 외신을 통해 국내 언론에 소개됐고 같은 날 박 수석도 이를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해당 인터뷰 내용을 듣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요구가 과거의 틀을 많이 벗어났다는 것을 전방위적으로 설명하면서 수용할 수 없다고 참 많이 버텼다”며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요구가 과하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요구를 관철할 수 있었다고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아마 내가 그렇게 버틴 게 다른 나라들에도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고 박 수석은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7차례 걸쳐 진행된 제11차 SMA 협상 과정에서 주한미군을 위한 연간 방위비 분담금을 기존의 5배 이상인 50억 달러(약 6조 원)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며 문재인 정부를 압박했다.
이에 정부는 수용할 수 없다고 버텼고 △2020년(동결·1조389억 원) △2021년(13.9% 인상·1조1833억 원) △2022년(5.4% 인상·전년도 국방비증가율 적용) 등을 골자로 하는 2025년까지의 6년 다년 협상 체결을 끌어냈다.
박 수석은 문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일화를 전하며 “각자의 국익에 대한 각각의 진심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국익 차원에서 과하지만 자신의 주장을 요구했고,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국익 관점에서 방어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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