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후반기엔 국힘이 법사위장’…민주, 작년 7월 여야 합의 백지화
“野 견제역할 중요” 명분 내세워
국힘 “중수청법 등 폭주 의도”…권성동 “의회독재 비판 직면할 것”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또다시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이 지난해 7월 여야가 21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기로 한 합의를 백지화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5일 “후반기 국회를 책임지는 여야 원내대표들이 새롭게 원(院) 구성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야 합의에도 불구하고 법사위를 국민의힘에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도 전날(4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후반기 원 구성 협상은 원점에서 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민주당이 법사위 사수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건 야당의 견제 기능이다. 박 원내대표는 “야당으로서,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로서 법사위가 중요한데 국민의힘이 (지난해) 당시 야당이었기 때문에 그런 취지에서 (합의문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대선 패배로 야당이 된 민주당이 법사위를 맡아야 한다는 논리다. 여기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합의안을 국민의힘이 파기한 것에 대한 맞대응 성격도 있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원내대표가 바뀌었다고 헌신짝처럼 협상을 파기한다면 또다시 ‘의회 독재’라는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법사위 사수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가칭) 등 검수완박 입법 독주를 이어가겠다는 의도로 보고 있다.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넘겨받는 중수청 설치 입법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거쳐 법사위를 통과해야 한다. 또 정부조직법 개편안 등 추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입법도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 지연 전략을 편다면 상당한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도 “(민주당이) 무소불위의 그런 의석수로 약속도 파기한다면 국민이 심판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도 장 실장은 “저희들이 어떻게 하겠느냐”고 토로했다. 의석수에서 밀리는 탓에 민주당이 끝까지 법사위 사수에 나설 경우 막을 수단이 없다는 고민이다.
민주 “법사위장 2년 더” 국힘 “합의 파기 사기”… 국회 또 격랑
격렬했던 3·9대선 이후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놓고 맞붙었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두고 또다시 일전(一戰)을 벌일 태세다. 지난해 7월 여야 합의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원(院) 구성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며 선전포고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즉각 “사기 행각”이라며 반발하고 나섰지만 국회 과반 의석을 쥔 민주당이 법사위 사수에 나설 경우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점이 고민이다.
○ 4년 내내 법사위 차지하겠다는 민주당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5일 통화에서 “여야 모두 신임 원내지도부가 꾸려진 만큼 법사위를 포함해 원점에서 재협상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여야는 6월부터 시작되는 21대 국회 후반기에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기로 합의했지만 이를 백지화하겠다는 것.
민주당 박 원내대표도 전날(4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지난해 협상 당시) 법사위를 ‘국민의힘’에 넘겨주겠다고 명시한 것은 야당으로서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라며 “후반기 원 구성은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2020년 5월 21대 국회 개원 이후 여당 신분으로 법사위를 2년 동안 차지했던 민주당이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 뒤 다시 야당이 되니 법사위를 맡겠다는 주장이다. 2년간 법사위원장을 차지한 민주당은 부동산 3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검수완박 입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민주당이 법사위 사수에 나선 건 이른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법과 언론 관련법 등 자신들이 주도하는 입법을 강행하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국민의힘이 검수완박 합의안을 깬 것에 대한 반발도 영향을 미쳤다.
국민의힘은 “사기 행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해 여야 협상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김기현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기 행각이자 (먹고 튀는) 먹튀”라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국민의힘이 반발하는 건 민주당이 법사위를 차지할 경우 2024년 총선까지 윤석열 정부의 입법 과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남은 21대 국회 임기 2년 동안 민주당에 의한, 민주당을 위한, 민주당의 국회를 운영하려는 의도”라며 “법사위원장이 무조건 야당 몫인 건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 내에선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이 법사위를 내주지 않겠다고 버틸 경우 별다른 대응책이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법상 상임위원장은 국회 본회의 표결로 선출하는데, 국회의장이 상임위원장 선출의 건을 상정하고 민주당이 표결로 밀어붙인다면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다수당이 국회의장을 맡는 만큼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도 민주당 몫이다. 권 원내대표도 “우리가 기댈 곳은 국민의 지지밖에 없다”고 했다.
○ 국회법 개정에도 여전한 ‘上院’ 법사위
여야가 법사위에 매달리는 건 법사위가 다른 상임위 법안을 최종적으로 심사하는 ‘상원(上院)’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각 상임위 심사를 마친 법률안은 법사위의 체계 및 자구 심사를 거쳐야 한다. 상임위를 통과해도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면 본회의에 갈 수 없는 것. 이에 따라 법사위 소집 및 개의 권한을 가진 법사위원장은 주로 야당 몫으로 간주됐다. 21대 국회 출범 당시 민주당의 법사위 차지가 논란이 된 것도 이런 불문율을 깼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야는 법사위의 힘을 빼겠다며 법사위의 체계 및 자구 심사 기간을 120일에서 60일로 단축시켰지만 법사위의 권한은 여전히 막강하다는 평가다. 한 민주당 의원은 “법사위원장이 작정하고 지연 전략을 쓰면 누구도 이를 저지하지 못한다”며 “만약 윤 당선인이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을 택하면 민주당 내의 법사위 사수 의지는 더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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