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탄두 소형화가 사실상 완성 단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이달 중순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7차 핵실험을 통해 이 소형 핵탄두 시험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10일) 직후이자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방한(20일) 직전 핵 버튼을 눌러 도발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5일 국방 당국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북한이 이미 무게 400∼500kg가량 되는 수 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폭발력)급 경량 핵탄두 제작을 완성한 정황을 포착했다. 당국이 파악한 소형 핵탄두의 직경은 60cm 미만 수준으로 전해졌다. 통상 핵탄두 소형화의 기준은 스커드-B급 단거리미사일(사거리 300km) 탑재 기준을 적용해 직경 90cm, 탄두 중량 1t 이내로 평가한다.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하면 대남(對南) 타격 무기인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는 물론이고 이를 축소 개량한 신형 미사일 등에 장착 가능해 중대한 위협이 된다.
특히 국방 당국은 북한의 핵실험 디데이로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21일) 직전 시점을 유력하게 보고 있어 한반도 정세가 급랭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백악관 측 한미 정상회담 사전답사팀도 이미 지난달 방한 당시 북핵 등 도발 가능성을 집중 확인하고, 우리 정부로부터 관련 브리핑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4일(현지 시간) 한국에 사드를 추가 배치하는 것과 관련해 “모든 나라에는 자위권이 있다”고 밝혔다. 사드 한국 배치가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임을 강조한 것으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중국을 겨냥해 우회적으로 비판 입장을 낸 것이다.
北 소형핵, 단거리미사일에 탑재땐 수도권까지 전술핵 사정권
北 ‘핵 소형화’ 완성단계…무게 400~500kg, 직경 60cm 미만 軍당국 “北, ‘핵 소형화’ 검증 위해 이달 중순 7차 핵실험 나설듯” 北, 4일 미사일 발사 이례적 침묵…원하던 성과 못 얻었을 가능성 집중 도발위한 전략적 침묵 해석도
북한이 ‘핵 소형화’를 사실상 마무리 짓고 이를 검증하기 위한 7차 핵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파악됐다. 한미 국방당국은 정보 자산을 총동원해 북한의 동태를 집중 감시하고 있다. 우리 국방 당국은 풍계리 핵실험장 위성사진 및 각종 핵실험 정황 등을 종합해 그 시점도 특정했다. 이달 중순이 유력해 보인다는 판단이다.
핵탄두 소형화는 북한이 10년 넘게 심혈을 기울인 ‘게임체인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탄두 소형화까지 검증하면 북한 핵·미사일 위협은 비약적으로 커진다.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실전 배치돼 위력을 발휘하려면 핵탄두 소형화가 필수다. 핵탄두 무게를 줄이면 단거리 미사일에도 탑재가 가능해 신속하고 정밀한 대남(對南) 타격이 가능해진다.
○ 핵 소형화로 北 무기체계 ‘핵 투발 수단’ 진화
북한은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2017년까지 6차례 핵실험에 나섰다. 이미 1차 핵실험 후 16년이 흐른 것. 군 관계자는 “통상 첫 핵실험 후 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소형 핵무기 개발이 가능한 기간을 10년 안팎으로 잡는다”고 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지난해 1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전술핵 개발을 공언한 뒤 북한은 핵무기 소형화에 더욱 속도를 붙인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북한은 이미 무게 400∼500kg, 직경 60cm 미만인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우리 국방 당국은 보고 있다. 통상 핵탄두 소형화 기준은 스커드-B급 단거리미사일(사거리 300km)에 탑재할 수 있다는 것을 가정해 직경 90cm, 탄두중량 1t 이내 수준이다.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하면 사실상 남한과 미국을 겨냥한 모든 북한의 무기체계가 ‘핵 투발 수단’으로 진화한다는 의미다. 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물론이고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인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와 함께 ‘대남(對南) 타격 3종 무기’로 불리는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 초대형방사포(KN-25)에도 전술핵무기가 탑재될 수 있다는 것. KN-24와 KN-25는 KN-23보다 탄두 직경이 짧고, 중량이 적다.
특히 핵탄두를 소형화하면 북한이 지난달 16일 시험발사한 신형 SRBM에도 전술핵 탑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당국은 이 미사일의 직경을 70∼80cm로 보는데, 이는 충분히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수준이다. 실제 북한은 신형 SRBM 시험발사 다음 날 이를 ‘신형전술유도무기’라고 주장하며 “전술핵 운용의 효과성과 화력임무 다각화를 강화하는 데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고 자평했다. 전방 지역 장사정포 부대에 이를 배치할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사실상 수도권까지 전술핵 사정거리에 포함시키겠다고 위협한 셈이다.
핵탄두 소형·경량화는 여러 표적에 대한 동시다발적 타격이 가능한 다탄두 기술의 핵심이기도 하다. 향후 우리 방공망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KN-23, KN-24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특히 하강단계에서 저고도로 진입했을 때 급상승 변칙기동(풀업)을 한다. 이때 핵탄두와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수십 발의 미사일을 섞어 쏘면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하다는 게 군 안팎의 평가다.
○ 北, 4일 미사일 발사에 이례적 침묵
각종 정황상 북한이 이달 중순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리 국방 당국도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10일)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20일) 사이 핵실험이 유력해 그 파장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핵실험은 ‘레드 라인(금지선)’을 넘는 중대 행위로 한미가 가장 우려하는 북한 도발이기도 하다.
핵실험에 앞서 북한은 집중 도발의 ‘신호탄’으로 보이는 미사일도 이미 쐈다. 4일 평양 순안에서 동해상으로 화성-15형 IC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날린 것. 다만 하루 뒤인 5일 북한 관영 매체에서 이례적으로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원했던 성과를 이루지 못한 것 아니냐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동시에 일각에선 집중 도발에 앞서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침묵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핵탄두 소형화
통상 직경 90cm, 중량 1t 이내 핵탄두 개발.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전술핵 전력화의 핵심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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