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나란히 ‘6·1 보궐선거 출사표’를 던졌다. 이 고문은 인천 계양을, 안 위원장은 경기 분당갑 선거에 뛰어 들면서 두 사람 간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거물급 정치인들이 등판하면서 ‘대선급 판’이 만들어졌다.
여야는 6·1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로 빼앗긴 정국 주도권의 재탈환을 노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동력을 확보하려면 지방선거 승리가 절실하다. 대권주자급 후보들이 참전하면서 지선 판세가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李·安 8일 나란히 보궐선거 출사표…“분당으로 나와라” 신경전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고문과 안철수 위원장은 이날 동시에 기자회견을 열고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이 고문은 ‘진보 텃밭’인 인천 계양을에, 안 위원장은 ‘보수 텃밭’인 경기 성남 분당갑을 출마지로 낙점했다.
이 고문은 이날 오전 11시 인천 계양구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의 변을 밝힌다. 이 고문이 대통령선거 후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3월10일 대선 선대위 해단식 이후 59일 만이다.
민주당은 지난 6일 이 고문을 인천 계양을 후보로 전략 공천한 상태다. 전날(7일) 페이스북에 “더 나은 국민의 미래를 위해 힘겨운 선거에 나선 민주당 후보들과 함께 혼신의 힘을 다해 반드시 이기겠다”고 첫 입장을 밝혔다.
안철수 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30분 국회에서 ‘6·1 재보궐선거 분당갑 출마 기자회견’을 연다. 지난 6일 “분당갑뿐만 아니라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 선거 승리를 위해 제 몸을 던질 생각”이라며 출마를 시사한 지 이틀 만이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안 위원장도 전날(7일) 기자들을 만나 “이제 인수위원회 일이 끝났으니 저도 후보 등록을 하겠다”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분당은 저와 정말로 연고가 깊은 곳이다. 허허벌판이던 시절 가장 먼저 사옥을 지었던 회사가 안랩”이라며 연고를 강조하기도 했다.
‘신경전’도 본격화했다. 안 위원장은 이 고문을 겨냥해 “연고 없이 정치적 목적으로만 다른 곳으로 가서 쉽게 당선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이어 “대장동(개발특혜 의혹) 문제에 대해서도 당선되면 제대로 잘 파헤쳐서 억울한 분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안 위원장은 “공개적으로 말하지만 저는 지금이라도 이 고문이 바로 이곳(성남 분당갑)에서 저와 함께 대결을 해서 대장동 문제를 포함해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올바른 정치인의 태도”라며 ‘분당갑 빅매치’를 제안하는 등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텃밭’ 골랐지만 광역단체장 판세는 ‘험지’…민심 반전이 첫 시험대
이재명 고문과 안철수 위원장의 등판으로 지방선거 판세가 요동칠 것이라고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재명 브랜드’를 앞세워 민심의 반전을 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안 위원장이 당 경기도지사 후보인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러닝메이트’가 되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나란히 ‘지방선거 과반 승리’를 목표로 정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뉴스1과 인터뷰에서 “과반에 가까운 7~8개 지역만 승리해도 선방한 것”고 말한 바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언론 인터뷰에서 “지방권력의 50%를 되찾아오는 것”이라고 목표를 제시했다.
관건은 ‘수도권’이다. 두 후보가 출마하는 지역구는 각 진영의 ‘텃밭’이지만 광역단체장 선거 판세는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인천시장은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가, 경기도지사는 김동연 민주당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이다.
리얼미터가 MBN 의뢰로 지난 2~3일 경기도 거주 성인남녀 815명을 설문한 결과 ‘차기 경기도지사 지지율’에서 김동연 민주당 후보 47.9%,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 38.8%를 기록했다. 인천시 거주 성인남녀 808명을 설문한 ‘차기 인천시장 지지율’에서는 박남춘 민주당 후보 39.5%,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 46.0%였다.
정치권은 이 고문과 안 위원장이 차기 당권과 대권을 노린다는 점에서 이번 보궐선거와 광역단체장 선거를 ‘쌍끌이 승리’로 이끄는 것이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안 위원장이 분당갑에 출마하는 정치적 명분은 다소 약하다”면서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박상병 인하대 교수는 “이 고문은 비록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끝까지 완주했다”며 “인천시장 선거에서 박남춘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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