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새 정부 출범을 이틀 앞둔 8일에도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1987년 민주화 체제 이후 최악의 대치 정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 이슈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자영업자 손실보상, 물가 상승, 부동산 시장 안정화 등 모든 민생 문제를 집어삼키는 형국이다.
새 정부의 출범에도 제동이 걸렸다. 이날 기준 국무총리·18개 부처 장관 후보자 가운데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 등 4명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만 채택된 상태다.
특히 민주당은 국회 인준이 필요한 한덕수 총리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의 태도에 윤 당선인은 총리 후보자 임명 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될 경우 ‘총리 없이 새 정부를 출범할 것’이라는 강경 대응 방침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은 한 후보자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요직을 지낸 공직자라는 점을 들어 민주당의 반대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여야는 아직까지 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일정도 잡지 못했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는 오는 10일 총리 없이 출범할 가능성이 크다. 추경호 부총리 후보자가 총리 대행 자격으로 다른 장관 후보자 임명에 필요한 제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에는 여야 대립 구도가 한층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취임을 하루 앞둔 9일 인사청문 정국의 최대 쟁점인 한동훈 후보자의 청문회가 열린다. 민주당은 윤 당선인의 최측근인 한 후보자를 ‘소통령’, ‘만사한통’이라 부르며 ‘낙마 1순위’로 정조준하고 있다.
더구나 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 통과가 끝나자마자, 국회 후반기에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기로 한 여야 합의사항을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또 다시 여야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이 검찰 수사권 합의안를 파기하자 민주당도 후반기 상임위 구성 합의안 파기로 맞불을 놓는 형국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윤석열 정부 1기 내각 인사청문회 중간보고’ 회의에서 후반기 원구성 협상과 관련해 “원점에서 시작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여야 합의를 지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독선’, ‘뻔뻔스러움의 극치’, ‘동네 반상회’ 등의 표현을 써가며 “자신들이 여당일 때 여당이란 이유로 법사위원장 자리를 강탈해가더니 대선에서 패배하니 야당 몫이라 우기겠다는 걸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검수완박의 후폭풍도 이어지고 있다. 중앙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참여할 명단 제출 시한이 지난 7일로 종료됐지만, 국민의힘에선 사개특위에 참여할 의사가 전혀 없다며 완강히 버티고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은 “대선이 끝나자마자 양측이 총공세를 하며 정면충돌하고 있다”면서 “여야 대치가 1987년 이후 가장 심하다. 한국에서 정치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최 원장은 “여야가 허니문 기간도 없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모든 것이 정치논리로 작동이 되고 중요한 민생이나 정책이 뒤쪽으로 밀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집권 초기에는 앞으로 5년 동안 운영해야 할 청사진을 놓고 국민들이 평가하고 지켜봐야 하는데 모든 것을 정치적 이슈가 삼켜버렸다”며 “정면 충돌 국면에선 결국 정치는 실종되고 국민들이 진짜 손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여야 대치 정국은 6·1 지방선거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이후 선거 결과에 따라 민심이 손을 들어주는 쪽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고 최 원장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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