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은 9일 5년 임기의 마지막 날 청와대를 나서면서 사랑채 앞 분수광장에서 배웅 나온 시민들을 향해 이같이 말했다. 수천 명의 지지자는 오후 6시 문 전 대통령의 ‘마지막 퇴근길’을 보기 위해 한 시간 전부터 청와대 앞에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문 전 대통령은 “성공한 전임 대통령이 되도록 도와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지지자들을 향해 손도 흔들었다. 파란색 모자와 티셔츠를 착용한 지지자들은 하늘색 풍선을 흔들며 “문재인” “사랑해요”를 외쳤다.
○ “다시 출마할까요?” 농담도
지지자들은 이날 ‘넌 나의 영원한 슈퍼스타’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문 전 대통령을 맞았다. 먼저 악수를 건넨 문 전 대통령을 보며 일부 지지자는 눈물도 보였다. 분수광장에 마련된 단상에 오른 문 전 대통령이 상기된 표정으로 “다시 출마할까요?”라는 농담을 던지자 지지자들은 “예”라고 화답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정말 홀가분하다. 많은 분들이 저의 퇴근을 축하해 주니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제 아내와 전임 대통령으로서 ‘정말 보기 좋구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잘 살아보겠다”고도 했다. 이날 퇴근길에는 유은혜 전해철 황희 박범계 한정애 이인영 등 문 전 대통령과 함께한 더불어민주당 출신 장관들이 배웅을 나섰다.
퇴근길 환송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회사에 연차를 내고 왔다는 이모 씨(32)는 “외롭지 않게 보내드려야 할 것 같아 왔다”며 “마음속에는 언제나 대통령이시고 항상 건강하셨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기원했다. 파란 모자와 티셔츠, 바지를 착용한 김무영 씨(42)는 “마지막 퇴근길을 축제처럼 만들어 드리고 싶어 가족들과 참석했다”고 했다. 대전에서 올라왔다는 한모 씨(54)는 “내일이 아직 오진 않았지만 벌써 문 대통령이 그리운 느낌”이라고 말했다.
○ “축적된 성과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임기 마지막 날까지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첫 일정으론 오전 8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 마지막 방명록에는 ‘더 당당한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겠습니다’라고 썼다. 문 전 대통령은 이어 효창공원 참배 일정도 소화했다.
오전 10시부터는 청와대 본관에서 퇴임 연설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를 향해 “이전 정부들의 축적된 성과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더 국력이 커지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는 연일 문 전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문 전 대통령은 오히려 현 정부 성과를 내세우며 계승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 이어 “선거 과정에서 더욱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며 국민 통합의 길로 나아갈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성공의 길로 더욱 힘차게 전진할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또 “우리 국민은 참으로 위대하다. 저는 위대한 국민과 함께한 것이 더없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선 “국민도, 정부도, 대통령도 정말 고생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나라다운 나라를 요구한 촛불광장의 열망에 우리 정부가 얼마나 부응했는지 숙연한 마음이 된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은 “우리의 의지만으로 넘기 힘든 장벽이 있었다”면서도 “남북 간 대화 재개와 함께 비핵화와 평화의 제도화를 위한 노력이 지속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다. 이제 평범한 시민의 삶으로 돌아가 국민 모두의 행복을 기원하겠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했던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간절히 부탁드리고 싶은 건 윤석열 정부가, 그리고 국민의힘이 제발 전직 대통령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유로 소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적폐 수사와 같은) 그런 상황은 다시는 반복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렇게 보냈던 기억들을 전 국민이 가지고 있지 않나”라고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모처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10일 국회에서 열리는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다. 취임식이 끝난 뒤 낮 12시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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